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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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임기 2년' 남기고 물러난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20일 보였다. 현대상선은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CEO를 임명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유 사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지난 2년 반 동안 현대상선 재건을 위한 기초를 닦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2020년 이후 현대상선의 새로운 도약은 새로운 CEO의 지휘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리 작별인사를 드린다고도 했다.

유 사장은 현대종합상사와 현대건설을 거쳐 1986년 현대상선에 입사, 20여년간 근무해왔다. 2012년부터 2년간 현대상선 대표이사에 올랐던 뒤 2014년부터 2년간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일했다. 이후 2016년 해운업계 위기 속 다시 사장직에 올라 현대상선 재건을 지휘해왔다. 2018년 연임에 성공해 2021년까지 임기가 남아있었지만 2년 앞두고 물러나게됐다.

유 사장의 용퇴 배경에는 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의 직·간접 압박이 작용했던 것으로도 관측된다. 현대상선은 2010년대 들어 해운업 불황으로 위기를 맞았고, 2016년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말 “현대상선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만연해 있다”며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 퇴출할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었고, 채권단은 경영 실사보고서에서 "정부 지원이 없으면 당장 내년부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 사장은 재임 기간 동안 2만 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비롯해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스크러버(황산화물 정화장치) 장착형으로 발주해 국제 해운업계의 친환경 규제정책에 선제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외부환경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영업손실이 계속됐고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용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유 사장의 용퇴의사 표명에 따라, 경영진추천위원회가 오는 3월 하순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CEO를 추천해 선임절차를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