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크기에 똑같은 모양의 쌍둥이 건물들. 마치 벌집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일각에선 '벌집 주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는 건축용 자재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어 아직 공사가 한창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문이 열린 주택 내부를 들여다보니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로, 도심에 있는 원룸과 비슷한 구조다.
어떤 주택은 옆집과 불과 2m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마을에서 1㎞가량 떨어진 원안1리 마을회관 근처에도 비슷한 형태의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원안2리 마을회관 앞 주택단지보다 규모가 더 컸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 김모(84)씨는 "재작년 말부터 동네가 아주 뒤숭숭하다"며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가는 좁은 마을 도로에 공사 차량이 왔다 갔다 하고, 집을 보러 온 외지인들의 고급차가 오가니 불안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81)은 "여기 말고도 마을에 건물을 지으려고 터 닦기 공사를 시작한 곳도 몇곳 더 있다"며 "군 공항이 들어오지도 않는다는데 왜들 저렇게 시골 마을로 들어오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일부 주민은 벌집 주택을 사들인 외지인들이 실제 입주한다고 해도, 보상을 노리고 수원 군 공항 이전 찬성 편에 서서 여론을 형성할까 우려하고 있다.
군 공항 이전과 별개로 주거용 건축물을 짓고, 실제 거주할 계획인 건축주도 없진 않겠지만 지역 주민과 화성시에서는 상당수가 투기 세력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도 화성시는 법적 요건에 맞는 개발행위 신청을 불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벌집 주택은 상당수가 군 공항 이전 이후 소음 피해 영향권에 드는 곳에 있는 만큼 보상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으로 의심된다"면서도 "허가 요건에 맞기 때문에 시에서는 불허할 근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허가를 내주고 있지만, 부동산 투기 세력의 유언비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현수막을 걸어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변에는 "군 공항 거짓 정보, 부동산 투기 조장, 유언비어에 속지 마세요. 화성시 서해안의 성장은 투기가 아닌 환경입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20여개가 걸려 있다.
이에 대해 벌집 주택 개발업체 사무실에서 만난 업체 대표의 지인은 "도심의 6∼7평(23㎡)짜리 원룸보다 훨씬 넓다"며 "건축 중인 주택은 원룸이라기보단 세컨 하우스 개념의 단독주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상을 노린 투기고, 실제 거주하지 않을 것으로 의심한다면 보상 과정에서 제대로 조사해서 하면 될 것 아니냐"며 "지금 짓는 주택은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 짓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개발업체 대표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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