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된 뒤 담당 검사 앞으로 이런 내용의 유서를 쓴 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전직 공무원이 끝내 무죄 판결 확정을 이끌어낸 데 이어 국가로부터 3600여만원의 보상금도 받게 됐다.
형사보상이란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됐으나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경우 국가가 억울한 구금을 보상하는 제도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도 그간 쓴 변호사 비용 등을 국가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
A씨는 강원도내 한 기초자치단체 과장으로 일하던 2016년 1월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도로 신설 등 각종 개발 관련 정보를 사전에 지인인 업자 B씨한테 넘겨주고 그 대가로 9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는 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였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도로 신설 등 개발에 관한 최종 결정권이 내게 없어 사전에 누구한테 알려줄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며 “B씨와는 15년 이상 부부동반 모임을 갖는 등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금전 거래를 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법정공방이 시작되고 나서 A씨가 검찰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긴 채 야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A씨는 다행히 가족들한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1심 재판부는 A씨 하소연에도 아랑곳 않고 2016년 7월 유죄를 인정해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했다. 당초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선고와 동시에 법정구속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7년 10월 2심 재판부는 “A씨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대가성 있는 돈을 받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이 적용한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1년3개월 동안 구치소에 갇혀 지낸 A씨는 비로소 풀려났다.
검찰이 항소심 무죄 선고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여 무죄를 확정했다. 법원은 A씨의 억울한 옥살이와 그간 변호사 선임에 쓴 비용 등을 감안해 형사보상금 액수를 3660만원으로 책정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