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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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강성부 펀드 2차전… '주주제안' 자격 두고 첨예 대립

한진그룹이 사방으로 압박해오는 행동주의 펀드 KCGI를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의안을 제시하는 ‘주주제안’ 자격 여부를 두고 한진 측과 KCGI가 한치도 물러나지 않는 모양새다.

다음달 예정된 주주총회를 코 앞에 앞두고 양 측이 첨예한 갈등을 벌이면서 법정 공방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KCGI의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진 측은 근거로 KCGI가 주식을 보유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상법에 따라 한진칼과 한진에 주주제안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상장회사에 대한 특례조항인 상법 제542조의 6은 6개월 전부터 상장회사의 주식 0.5%를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한진 측은 지난해 8월말부터 시작됐던 KCGI의 한진그룹 주식 매입이 주주제안을 회사에 보낸 1월 말까지 6개월을 채우지 못해 주주제안 자격이 존재하지 않는 입장이다.

KCGI 측은 즉각 반발했다. KCGI측은 “주식을 보유한지 6개월이 되지 않아도 지분율 3%가 넘는 주주는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맞섰다. 아울러 KCGI는 한진이 주총에 안건을 올리지 않으면 법정 공방도 각오하겠다는 방침이다.

KCGI는 상법 제363조의2를 근거로 맞서는 중이다. 이 조항에는 지분율 3%를 보유한 주식은 주주총회 일자 6주 전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주주제안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이에 주식 보유 기간이 6개월을 채우지 못했더라도 지분율이 3% 이상인 KCGI는 주주제안 자격이 있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진 측이 주장하는 상법의 배경은 소수주주권을 악용해 단기에 빠져나가는 행위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법정에서 KCGI의 주주제안 활동이 단기적인 목적으로 해석되면 재판부는 한진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에 KCGI에서 주장하는 법의 배경은 기업 경영 투명성과 소수주주권 보호를 위해서다. KCGI가 한진그룹의 방만경영 개선을 기치로 내세운 만큼 법원 역시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

판례를 보면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 판결에서 법원은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엘리엇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011년 ‘티엘씨레저에 대한 소액주주의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 관련 판결에서는 3%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