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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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다른 독일의 ‘양심적 결단’ 불법반출 ‘조선 문인석’ 자진 반환

로텐바움박물관, 자체 조사/경로 불법성 확인… 기증키로/日은 약탈문화재 반환 거부
1980년대 독일로 불법 반출된 문인석(사진) 한 쌍이 이를 소장하고 있는 독일 한 박물관의 양심적 결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온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이 독일 로텐바움박물관(옛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과 함부르크 주정부, 독일 연방정부의 자진반환 결정에 따라 3월 말 국내에 돌아올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불법유통이 의심되는 소장품의 출처와 성격을 먼저 나서 원산지 국가에 문의하고, 자체 조사를 거쳐 반환 결정까지 내린 이례적인 사례로 문화재 반환의 모범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문인석은 1987년 로텐바움박물관의 소장품이 됐다. 1983년 한 업자가 독일로 가져온 것을 이때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로텐바움박물관은 문인석이 정상적으로 유통이 가능한 것인가를 석연찮게 여겼다.

문인석은 ‘무덤의 수호자’라는 성격을 가진다. 조상숭배의 전통에서 볼 때 문인석을 포함해 무덤 주변에 배치한 석물을 바깥으로 내돌려 거래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이유다. 상황이 바뀐 건 일제강점기 때였다. 일본인 골동품상을 중심으로 석물을 빼돌려 시장에서 유통하기 시작했고, 이런 관행은 문화재 관리가 허술했던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는 전반적인 상황일 뿐 로텐바움박물관의 문인석이 불법적으로 유통되었다는 걸 특정하는 건 아니었다. 

로텐바움박물관은 자체 조사 끝에 1983년 독일 반입 당시 문인석이 이사용 컨테이너에 이불을 둘둘 감고 숨겨져 들여왔음을 확인했다. 반출 경로에 불법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엔 반환 작업에 나섰다. 재단에 “반환요청서를 제출하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2018년 3월 제출한 반환요청서에서 재단은 “불법적으로 반출된 도난품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반환한다면) ‘기증’ 방식을 취하고, 국립민속박물관에 양도해 자발적인 반환사실을 명문화해 상설전시토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로텐바움박물관 바바라 플랑켄스타이너 관장은 문인석 반환에 대해 “문화재에 대한 불법유출이 오랫동안 사소한 범죄로 여겨져 왔고, 박물관 스스로도 자세히 살피지 않고 되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불법 유출이 명백한 유물들은 세계 곳곳에 적잖이 퍼져 있고, 원산지 국가의 반환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사례는 허다하다. 한국도 이런 현실의 피해자다. 대표적인 약탈문화재로 꼽히는 도쿄국립박물관 소장의 ‘오구라컬렉션’은 접근조차 쉽지 않다. 1918년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기하치로가 빼내간 경기도 이천오층석탑을 돌려달라는 요구에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