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사사키 히데오는 모임·행사가 가능토록 인공적으로 비워진 전통 유럽의 광장 형태로 공모에 당선됐으나, 수목을 밀식해 자연적으로 채워진 로버트 벤추리의 광장은 탈락했다. 1984년 재공모에 당선된 딘 애벗은 벤추리 콘셉트와 유사하나 뉴잉글랜드 자연 특성을 풍부한 잔디와 수목으로 표현했다. 광화문광장은 상황, 맥락, 위치, 면적 등에서 코플리 스퀘어와 다르다. 공간을 비워 도시축을 형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담는 의도에 동의하나, 대규모 행사가 없을 때 광장이 비워져 낭비되는 점이다. 관제 행사로 채우는 것도 시민이 주인인 시대에 뭐 한 방식이고, 시위 장소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보행친화적으로 매력 있어야 할 광장에서 느끼는 불편은 지양해야 한다. 광화문광장 주변 건물은 멀리 위치해 있고, 인간의 척도를 넘어서 효율적 위요감을 주지 못한다. 애초에 주변이 3차원적 공간 틀을 제시하지 못한다. 시민을 위해 많은 옥외공간과 장치가 필요하다.
김신원 경희대 교수·조경학 |
동상 이전 의견도 분분하다.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마상으로 장소정신이 강화된다. 이전 문제는 국가 상징축으로서의 기능, 동상의 크기·위치, 수평성과 수직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중요점은 동상에 깃든 장소정신, 즉 세종대왕의 애민사상과 문화 통찰력 및 독창성, 이순신 장군의 화합·포용 및 개척정신을 어떤 공간으로 지혜롭게 표현하느냐이다.
우리는 광화문광장이 위압감 없이 쾌적한 열린 공간으로서, 자연과 인공이 균형 잡힌 친환경적 힐링 장소이길 원한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듯 사랑하는 자녀들이 이들을 품은 광장을 사랑하고 자랑하길 바란다. K팝 한류만이 아닌 광장문화도 일류로 만들어 세계적 명소로 알려지길 기대한다. 우리에게는 시민을 위한 명소인 광화문광장을 만들 수 있는지 수준과 역량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코플리 스퀘어에는 이런 새김글이 있다.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가슴속에 작은 것이라도 내가 유익이 돼야 한다’ 우리 마음에 새겨둘 글귀다.
김신원 경희대 교수·조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