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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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해체 900억· 유지비 1700억' 갑론을박

환경부 휴일에 반박자료 내/“세종·공주·죽산보 해체 900억/ 유지비용은 1700억 들어” 주장/ 편익 환산 금액 정당성 의문에/ 기획위 전문가 자격 비판 이어져/ 한국당 “객관성 실종 재검토해야”
금강과 영산강 3개 보를 해체 혹은 부분 해체해야 한다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 제안을 둘러싸고 해체·유지 비용부터 편익 측정, 전문가 자격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는 24일 배포한 자료에서 금강 세종보·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는 데는 898억원이 들지만, 유지하는 데는 최대 1668억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이날 자료는 3개 보 공사에 3800억원을 들여놓고 1900억여원을 다시 들여 해체한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종보, 공주보, 죽산보 3개를 40년간 유지하는 경우 보 유지관리에만 988억400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수질·생태 개선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총비용은 1688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3개 보를 해체할 경우 드는 비용은 897억5000만원으로, 유지비에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해체비용은 세종보 114억7000만원, 공주보 532억8000만원, 죽산보 250억원이라는 계산이다. 환경부는 “공정한 경제성 분석을 위해서는 보를 현재 그대로 유지할 때의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해체하는 것이 오히려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밝혔다.

보 해체에 따른 수질·생태 편익을 금전적으로 환산한 금액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3개 보의 수질·생태 편익은 2585억1000만원으로, 전체 편익(3782억8000만원)의 68.3%로, 해체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충남 공주시에 설치된 공주보. 연합뉴스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아래로 영산강이 흐른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국민이 수질·생태 개선을 위해 얼마나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설문조사하는 ‘선택실험법에 기반한 지불의사법(WTP: Willing To Pay)’ 방식을 사용했다”면서 “학계와 실무에서 널리 활용되는 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기획위가 3개월 만에 3개 보 해체 방안을 내놓은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환경부는 “2017년 6월부터 보를 단계적으로 개방하고 모니터링하며 실측 자료를 확보했다”며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조사·평가했으므로 의사결정 기간만으로 논의 전체가 불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획위 민간위원에 4대강 사업 반대론자가 다수 포함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관계 부처·학계·시민사회단체 등 각계 추천을 받고, 분야별 대표성과 전문성 등을 고려해 균형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4대강의 자연성 회복 방안을 추진해온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홍종호 공동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 해체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기획위의 보 해체 제안에 대해 ‘전(前) 정권 지우기’라며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실질적으로 객관적이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국민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양수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부의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 객관성·공정성·투명성은 실종됐다”며 “보 해체 근거로 든 수질 환경 평가는 녹조 발생 위주로 채택되고 통상적 수질측정 요소는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충남 공주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정진석 4대강 보 해체 대책특별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의 수질이 더 좋아졌다는 논문은 왜 외면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진경·장혜진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