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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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다문화 가족의 육아 방식 갈등

영화 ‘극한직업’에는 고상기(류승룡) 마약반장의 아내(김지영)가 남편의 팬티에 부적을 넣어둔 것을 알리는 장면이 나온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여성이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는 남편의 안전을 기원하며 넣은 것이다. 또한 사극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전통사회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이른 새벽에 길은 우물물’, 즉 정화수(井華水)를 떠놓고 조왕(?王, 부엌 신)에게 가족의 평안을 빌며 기도했다. 이 둘은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관객과 시청자는 그 행동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한국의 민속문화 중 하나를 영화나 드라마 장면에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 머리맡에 칼을 두어 나쁜 기운을 물리쳐 아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또한 아기가 잠을 자지 않고 칭얼대면 배개 밑에 칼을 넣어두기도 한다. 칼이 아기를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도 아기 머리맡에 칼과 가위를 두면, 아기가 밤에 안 울고 잘 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출신 여성 결혼이민자 중 일부는, 엄마가 된 후 자신의 가족이나 마을 사람이 하던 행동을 한국에서 그대로 한다. 한국인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놀란다. 머리맡에 칼과 가위 등 날카로운 쇠붙이를 두면 사람에게 좋지 않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은 경악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좋은 기운이 칼과 가위 등 때문에 물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엌에서도 그것을 함부로 밖에 꺼내놓지 않는 한국인은 그러한 행동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칼을 부정적 기운으로 보지만,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서는 긍정적 기운으로 파악한다.

아기 머리맡이나 베개 밑에 칼이 있는 것을 발견한 남편이나 시어머니 등은 대부분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기 엄마가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왜 그렇게 했는지를 알아보고 문화 차이를 발견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턱대고 화를 낸다. 칼을 직접 치우거나 섬뜩하고 무서운 것이니 당장 치우라고 아기 엄마에게 요구한다. 혼내거나 타이르지만 행동이 쉽사리 달라지지는 않는다. 극단적 사례이겠지만, 아기 엄마를 정신 이상자로 몰아붙인 사례도 있다. 아기 엄마는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자기 나라 문화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을 아쉬워한다. 단순히 미신이라 치부하지 말고, 문화를 존중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전 세계의 남편과 아내는 상대방 가족과의 문화 차이를 느낀다. 같은 나라, 같은 지역, 같은 학교 출신 남녀가 만나 가족을 이루더라도 문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제결혼 부부는 이루 말할 필요가 없다.

가족 내 문화갈등 해소는 의사소통을 통해 각자의 문화 차이를 확인하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어느 한쪽의 문화가 잘못되거나 틀린 게 아니라, 단지 다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게 필수다. 아기 엄마는 본국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이 한국에서는 오해를 살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고, 남편과 시어머니 등 한국인 가족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출신 여성 결혼이민자가 그렇게 행동한 문화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처지를 바꿔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진심 어린 대화를 지속해야만 갈등 해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