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北이 ‘호스트’… 트럼프에 상석 양보

1차 정상회담과 달라진 의전 / 회담장 플래카드·국기 등 양국 균형 맞춰 / 싱가포르 회담 땐 美가 北 배려 형식 취해

미국과 북한은 제2차 정상회담을 위해 첫 일정인 양국 정상의 회담장 도착과 환담, 만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전에서 한 치 소홀함이 없도록 세세하게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원형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두 정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양국 협상단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 마련된 만찬장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리용호 외무상,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신혜영 북측 통역관,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대통령 비서실장 대행.
하노이=AFP연합뉴스

27일 오후 6시28분(한국시간 8시28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 호텔 안에 마련된 정상회담장으로 동시에 걸어 들어갔다.

회담장에는 ‘HANOI 하노이/ 회담 SUMMIT’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었다. 양국 언어를 균형 있게 맞춰 사용한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또 회담장에 배치된 양국 국기도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 순서로 6개씩 같은 수가 번갈아 게양됐다. 이는 숫자와 순서에서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과 같아 일관성을 보였다.

정상 의전에 정통한 외교관에 따르면 정상회담이나 장관급 회담에서 두 사람이 앉거나 걸을 때 그들의 정면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왼쪽이 ‘상석’이다. 두 정상이 처음 마주한 1차 회담 당시에는 김 위원장이 왼쪽, 트럼프 대통령이 오른쪽에 섰고 단독회담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첫인사 때와 자리에 앉았을 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은 왼쪽, 김 위원장이 오른쪽이었다.

1차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상석을 양보했다면, 이번에는 반대였다. 회담장(호텔) 도착 순서도 1차 때는 김 위원장이 빨랐는데 2차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였다. 전반적으로 1차 회담은 미국이 ‘호스트(주인)’를 맡아 북한을 배려하는 형식으로 의전을 연출했다면 이번에는 북한이 주인격으로 균형을 맞췄다.

하노이=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