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뒤 기자회견 도중 심각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두 정상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만남’으로 평가되는 1차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결과적으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맹탕 회담’으로 끝났다. 다만 상대에 대한 비방을 삼간 채 신경전을 펼치면서도 대화 재개의 끈을 이어 갔다. 친서 교환과 실무자 접촉 등을 통해 2차 정상회담의 군불을 서서히 떼던 두 정상은 새해 들어 신년사와 국정연설을 통해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어 장소는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도 인연이 깊은 베트남 하노이로 결정됐고, 두 정상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260일 만에 다시 만났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사회이 기대감도 한 껏 높였다. 인내심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미지인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그 먼거리를 마다 않고 간 것도 그렇고, 1차 정상회담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서로 접촉하는 일정이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북한 비핵화’에 관해 크게 진전된 합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었다. 실제 두 정상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든노력을 다하겠다.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거라고 믿는다”(김 위원장)과 “오늘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는 반드시 좋은 성공을 얻을 것”(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바람을 마구 넣었으나 결과는 ‘꽝’이었던 셈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핵담판이 결렬된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출국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 VIP게이트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오후 4시쯤 평양역을 출발, 중국 대륙을 종단하며 66시간 동안 4500㎞를 달려 26일 오전 10시쯤 베트남의 동당역에 도착했다. 이어 간단한 환영식을 마치자마자 바로 평양에서 날라와 대기 중이던 전용차를 타고 하노이에 왔다.
‘날으는 백악관’으로 불리는 에어포스원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도 만만찮은 거리를 날아왔다. 미국 워싱턴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거리(약 1만5000㎞)는 지구 반바퀴에 가까워 20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게 힘들게 만났지만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자신감 있는 표정 등 신뢰 관계가 돈독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귀국 선물을 들고 갈 만한 게 없었다. 두 정상 조차도 ‘이러려고 그 고생을 하며 베트남까지 왔나’ 싶을 것 같다. 당연히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고 정말 지루한 여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