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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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 때리기로 시진핑 길들이기 나서나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것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일 인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꼽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협상장에서 걸어 나옴으로써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그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시 주석에게 각인시켰다고 미국 측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중순께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미·중 간 통상 분쟁 문제를 놓고 담판을 지을 예정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 채널 CNBC 방송은 세계 최대 규모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스티브 슈워츠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해 북·미 회담 결렬로 미·중 양국 관계가 긴밀해질 수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도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북·미 회담 결렬이 시 주석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슈워츠맨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그의 회사는 중국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슈워츠맨 회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한반도에서 일이 잘못되면 중국이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점을 중국이 가장 걱정하고 있다”면서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고 있어 이번 북·미 회담 결렬로 미국과 중국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얻어내려 하는 목표가 같다”면서 “미·중 양국은 현재 어느 쪽도 그렇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을 종전하려고 협상하는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담판에 나섰고, 중국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창 변호사는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미 회담 결렬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미 협상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 변호사는 “외견상 외교적 교착 상태로 비치지만, 이것이 실제로 북한의 중국에 대한 외교적 쿠데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배드 딜’(bad deal)을 하기보다 ‘노 딜’(no deal)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협상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의) 93%가 중국을 통해서 가기 때문에 중국은 대단한 영향력이 있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큰 도움이 돼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도 얘기했는데, 그는 바로 옆에 핵보유국이 있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북·중 관계에 대해 “나는 북한이 스스로 한다고 믿게 됐고, 그들은 타인의 명령을 받지 않는다”면서 “그(김 위원장)는 아주 강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