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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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인정한 김정은 '윔비어 사건 몰랐다'에 부모 발끈 "아들 죽음 책임 있다"

오토 윔비어(사진 왼쪽), 윔비어의 부모 프레드 윔비어(〃 오른쪽)와 신디 윔비어(〃 가운데)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후 21살 나이로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아들의 죽음을 '몰랐다'고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를 두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며 비난 여론을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베트남 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하면서 그의 말을 믿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워낙 큰 국가이고 많은 사람이 감옥, 수용소에 있다 보니 일일이 모른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인물에 대해 몰랐다"고 김 위원장 입장을 두둔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계 주요 인사들을 비롯한 미국 현지 누리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는 김 위원장의 해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웜비어의 부모도 비난 여론에 가세했다. 윔비어의 부친인 프레드 윔비어와 모친인 신디 윔비어는 지난 1일(미국 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리는 예의를 지켜왔다. 이제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면서 "김정은과 그의 사악한 정권이 우리 아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웜비어의 부모는 "김 위원장과 그의 사악한 정권은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과 비인간성에 대한 책임이 있다"라며 "어떠한 변명이나 과장된 칭찬도 그것을 바꿀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비난 여론이 윔비어의 부모에게 까지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윔비어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한 학대와 사망에 대한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오토를 사랑하고 자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윔비어 뿐 아니라 억류된 다른 3명의 미국인을 북한에서 데려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토 웜비어의 2016년 3월 북한 억류 당시 모습.

한편 웜비어는 오하이오 주 출생으로 버지니아 대학교 재학 중 2016년 1월 북한 관광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도중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인 선전 현수막을 훔치려 한 혐의를 받아 체포됐다. 

같은해 2월 윔비어는 잘못을 시인하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북한 정부로부터 15년의 중노동(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윔비어는 미국 정부 당국의 중재 노력으로 억류 17개월 만에 풀려나 2017년 6월 고국으로 식물인간 상태로 돌아왔다. 이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엿새 만에 숨졌다. 

윔비어의 가족은 윔비어가 도착한 당시 신체 일부가 훼손됐고 치아가 심각하게 손상돼 있었다고 증언하며 웜비어의 부모는 그가 "체계적으로 고문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북한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부검의는 그의 몸에 고문 흔적은 없었지만 뇌에 산소와 혈액 공급이 부족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해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으며 각종 대북제재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윔비어 부모는 북한 정부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금과 명령 등의 명목으로 11억 달러(1조26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월 미국 법원은 윔비어의 부모에게 북한이 윔비어에 대한 고문, 억류, 재판외 살인과 부모에게 입힌 상처의 책임을 근거로 5억113만 달러(약 5643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AP연합뉴스·연합뉴스TV'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