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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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성희롱 피해 82%는 아직도 “참고 넘어간다”

미투운동으로 성희롱에 대한 사회 인식이 올라갔지만, 직장내 성희롱을 겪은 10명 중 8명은 여전히 참고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스스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경우도 있지만,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거나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봐 피해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응답도 적잖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4월6일부터 12월27일까지 전국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사업체 12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 3년간 한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8.1%였다. 여성과 비정규직, 저연령층에서 특히 피해경험이 많았다. 여성은 14.2%가, 비정규직은 9.9%, 20대는 12.3%가 최근 3년간 성희롱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행위자는 83.6%가 남성이었고, ‘나의 상급자’인 경우(61.1%)가 동급자(21.2%)나 외부인(9.3%)일 때보다 훨씬 많았다. 위계에 의한 성희롱이 다수라는 의미다.
성희롱은 주로 회식장소(43.7%)나 사무실(36.8%)에서 일어났다.

2015년 조사 때는 성희롱 피해경험 비율이 6.4%였는데 이번에는 1.7%포인트 올랐다. 특히 공공기관 직원들의 피해 응답률이 7.4%에서 16.6%로 크게 늘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미투 운동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공공부문의 경우 2018년 상반기 공공부문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를 하며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자 81.6%는 ‘참고 넘어간다’가 답해 적극적 대응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참고 넘어간 이유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가 49.7%(복수응답)였고,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거 같지 않아서’(31.8%),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봐서’(30.2%),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12.7%), ‘업무 및 인사고과 등의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서’(9.3%)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희롱 문제에 대한 조직의 문제 인식, 문제해결 의지가 여전히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공식적으로 신고한 뒤 사건처리 결과에 만족했는가란 질문에 54.3%가 전혀 혹은 별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는 2차 피해 경험을 새로운 조사 항목으로 추가했다. 성희롱 피해자 27.8%는 사건처리 과정에서 신분노출, 불공정한 사건진행 등 2차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여가부는 관리직을 대상으로 2차 피해 예방 및 사건처리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신설하고,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고충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