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착 논란이 거센 서울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클럽 이용자들 사이에 ‘물뽕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버닝썬에서 무색·무취 마약인 ‘물뽕’(GHB)을 이용한 성범죄가 여성들을 겨냥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일면서다. 클럽 이용자들 사이에서 ‘물뽕 범죄 예방법’이 급속히 공유되는가 하면, 일부 여성들은 거리로 나서 성범죄가 만연한 클럽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시내 한 클럽 관계자는 3일 “최근 물뽕 같은 마약 이용 범죄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면서 “클럽 차원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잘 설명드리면서 여성 전용 테이블 이용도 안내드리는 건 물론 개인이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클럽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컵을 손으로 가리고 다니기’, ‘자리 비웠다 돌아오면 새 술 따라서 마시기’, ‘남이 주는 술 마시지 않기’, ‘친구와 동행하기’ 등 물뽕 범죄 예방법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부터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물뽕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SNS상에서 ‘물뽕 판매’를 검색해 보니 물뽕 구매를 문의할 수 있는 정보가 지난 1일 자에도 게재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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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물뽕(물에 타 먹는 필로폰)’으로 불리는 신종 마약 감마하이드록시뷰티린산(GHB).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일부 여성들 사이에선 성범죄가 만연한 클럽 폐쇄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선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 시위’ 카페를 통해 모인 여성 700여명이 약물 성범죄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클럽들이 수년간 약물로 여성을 무력화해 성상품으로 남성에게 공급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그들이 내건 여성 무료입장과 서비스 테이블은 결코 혜택이 아니었다”며 “강간 카르텔을 양산하는 클럽을 폐쇄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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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성범죄 규탄” 혜화역 여성 시위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 클럽 내 약물 성범죄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버닝썬 측으로부터 실제 금품이 경찰관들에게 흘러갔는지 확인 중인 가운데 경찰에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버닝썬 공동대표인 이모씨가 전직 경찰관 강모씨에 2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버닝썬과 경찰 간 금품 전달 통로로 지목된 인물이다. 경찰은 오는 5일 버닝썬 이문호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이 이 대표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일부 약물 양성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마약 투약·유통 의혹을 받는 버닝썬 MD(영업직원)인 중국인 여성 A씨에 대한 마약류 정밀분석 결과 일부에 대해 회신을 받은 상태로 A씨를 조만간 재소환한다는 방침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