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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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마약 수사는 ‘속도’·경찰과 유착 의혹은 ‘난관’

서울경찰청장 등, 기자간담회서 수사 상황 설명
경찰이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내에서 마약 투약과 유통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클럽 관계자 등 10여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다만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 수사는 당초 경찰 수사에 협조적이었던 핵심 피의자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이문호 버닝썬 대표를 비롯해 클럽 관계자와 손님 등 10여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단순 투약자 여러 명을 수사 중이고, 마약류를 유통한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클럽 관계자는 6∼7명, 손님은 3∼4명 선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같은 혐의로 버닝썬 직원 조모씨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경찰은 마약류의 유통 경로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문호 버닝썬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의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경찰은 5일에는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마약 혐의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이 대표와 버닝썬 한모 영업사장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버닝썬에서 마약을 투약·유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인 여성 일명 ‘애나’도 조만간 재소환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사건’ 처리 과정에서 클럽 측이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경찰에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착 의혹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클럽과 경찰 사이 연결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의 부하직원이자 자금 전달책으로 의심받는 이모씨는 이날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애초 경찰에 ‘(강씨의) 지시로 돈을 받아 배포를 했다’고 진술한 그가 자신의 진술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뇌물 공여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씨가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이모씨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으로부터 돈을 받아 강남경찰서 직원들에게 전달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경찰 강모씨의 직장 부하다.
이에 따라 버닝썬-경찰 유착 의혹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은 또 이씨가 강씨의 지시로 이모 버닝썬 공동대표에게 2000만원을 받아 6개 계좌에 돈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계좌들의 소유주 가운데 경찰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계좌 중 일부가 경찰관의 차명계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씨를 상대로는 자금이 전달된 경위와 돈의 성격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유착 의혹과 관련해 입건된 경찰관은 현재까진 없다고 한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이 유흥업소와 유착됐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서울경찰청) 감찰 요원들에게 (경찰 유착 관련) 첩보 수집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원 청장은 이어 “많은 직원이 유착에 관여가 됐더라도 모든 이를 처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그룹 빅뱅의 승리가 27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빅뱅 멤버 승리의 성접대 의혹 내사와 관련해 해당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원본 메시지를 확인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신 이날 승리의 성접대 의혹 제보자가 카톡 대화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권익위에 자료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