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전 택시기사 사망’ 사건으로 택시기사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여전히 술 취한 승객들의 갑질과 횡포에 속앓이를 하는 택시기사가 많다. 동전 택시기사 사망 사건은 지난해 12월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승객이 던진 동전에 얼굴을 맞은 택시기사 B(70)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B씨의 며느리라고 밝힌 청원인이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당 내용을 올리며 논란이 확산했다. 청원인은 “(그 승객이) 심한 욕설과 반말을 하는 등 도를 넘는 갑질을 계속했다”며 “나중에는 동전을 집어던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단 이유로 해당 승객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7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비슷한 일들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욕설은 물론 살해협박까지 받은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택시기사 박모(46)씨는 “운전 중인데도 옆에서 건들이면서 ‘너 나한테 죽어’라고 말한 손님이 있었다”며 “기본적으로 택시기사들을 하찮게 보기 때문에 그런 행동들을 하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승객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벌어진다. 40년간 택시운전을 해왔다는 정모(70)씨는 “지난 20대 총선 직후 한 국회의원이 탑승해 ‘내가 누군지 모르냐’고 소리를 질러댄 적이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다들 술에 취해 택시만 타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이제 욕하는 사람들은 신경쓰지도 않는다”고 털어놨다.
워낙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택시기사들은 웬만한 갑질을 당해도 신고하기 보단 속으로 참아낸다고 한다. 택시기사 오모(56)씨는 “과거엔 술 먹고 시비 거는 사람들과 대판 싸우기도 했는데 요즘엔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그런 일을 겪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보니 그냥 참는 게 낫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택시기사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장비나 기제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때문에 술 취한 승객이 행패를 부리거나 하면 온전히 택시기사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이어 “선진국 도시들처럼 택시기사와 승객 사이에 투명한 보호격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이강진 수습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