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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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인공혈관 수입 언제쯤…애타는 부모들

정부 "美 고어사 방문…인공혈관 공급 재개 요청"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선천성심장병인 저의 아이가 (폰탄) 수술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발’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3살 아이의 엄마라는 청원인은 아이가 폰탄 수술 1달을 앞두고 병원에서 수술에 필요한 도관 수입이 안 돼 수술을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용품이 수입돼 수술을 받을 때까지  아이가 버텨줄지 불안한 마음”이라며 정부에 해결을 촉구했다. 폰탄 수술이란 심장 우심방과 폐동맥 우회술을 총칭한 말이다. 10일 현재 1만2297명이 동의를 했다.

 

이 청원에 언급된 도관은 소아 심장수술용 인공혈관을 말한다. 미국 의료기기 업체인 고어사가 전세계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고어사는 2017년 9월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1년여간 병원 재고 등으로 버텨왔지만 물량이 떨어진 것이다. 대체품도 없어 환아들은 수입이 재개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려야만 하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고어사는 국내 품질관리 기준을 지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품의 수입을 중단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제조업체에 최소한의 품질관리 기준인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요구하고 있는데, 고어사가 GMP 갱신 심사 등 별도의 투자가 어렵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인공혈관 건강보험수가가 낮아지면서 매년 국내에서 40∼50건의 소아 심장혈관 수술을 위해 고어사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경제성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아 심장수술 지연 등 고어 철수로 인한 우려가 현실화하자 정부는 지난달에야 고어사에 인공혈관과 봉합사(수술용 실)에 대한 공급 재개를 요청했다. 고어사 측은 봉합사는 공급이 가능하지만 인공혈관은 국내에 타사 대체품이 존재한다며 공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인공혈관은 대체품이 없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고어 미국 본사를 긴급 방문해 소아 심장수술에 필요한 인공혈관 공급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식약처는 “인공혈관의 국내 공급을 위하여 고어사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적극 수용해 인공혈관의 국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