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계절 '봄(春)'이 왔습니다.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내심 부담스러운 게 바로 결혼식, 돌잔치 등 경조사 축의금인데요.
전문가들은 경조사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식 변화와 함께 부담스러운 행사 비용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시민들은 각종 경조사 지출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한 취업포탈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월 평균 경조사비는 12만9000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대가 12만1000원으로 가장 적고, 40대가 15만1000원으로 가장 많았는데요.
1회당 경조사비 지출 금액은 5만~10만원이 절반(53.1%)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10만~15만원(17.0%), 5만원 미만(12.0%), 15만~20만원(7.2%) 순이었는데요.
적정 액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5만원, 10만원, 15만원 등 '5만원 단위'로 결정되는 경향이 짙은 편입니다.
◆5, 10, 15…'5만원 단위'로 경조사비 결정하는 분위기
신혼 부부들은 "참석 자체는 감사한 일이지만 소액의 경조사비를 내거나 지인들을 동행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하소연하는데요. 일단 결혼 관련 비용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축의금 기본 액수가 5만원으로 자리한 것은 예식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을 위한 작은 결혼식 국민 인식 및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식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은 300만~600만원이 40.7%로 가장 많았습니다. 900만원 이상도 12.1%나 됐는데요.
1인당 식사 비용은 2만~3만원이 38.6%로 가장 많았고, 3만~4만원이 19.2%, 4만~5만원이 6.9%로 조사됐습니다.
결혼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외곽에 있는 저렴한 예식장의 경우 아무리 비수기여도 인당 3만원 정도"라며 "요즘 같은 성수기의 경우 골든타임(정오~오후 2시)에 예식을 잡는다면 1명당 4만~5만원이 기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축의금을 기본 식대 아래로 내면 신랑 신부 입장에서는 손해"라며 "만약 호텔에서 할 경우에는 10만~15만원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5만원 내면 그야말로 민폐"라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경제적 부담은 결혼을 미루게 하는 주요 요인입니다.
설문조사기관 오픈서베이 최근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적으로 결혼 시기가 늦어지는 이유로 '증가하는 결혼 비용'이 62%로 가장 많았습니다. '늦어지는 취업'(56.8%)이나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없어져서'(52.8%)보다도 높은 비율(복수응답)을 보였는데요.
결혼을 고려하는 과정 중 겪는 어려움도 '결혼 비용 부담'이 23.3%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주택 자금 마련과 비슷한 비율입니다.
◆특급호텔 결혼식에서 축의금 5만원 내면 '민폐'?…시민들 "애초에 부르질 말던가"
국내 대표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결혼비용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를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데요.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남 508명·여 492명)을 대상으로 결혼비용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자금이 총 결혼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3.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 69.9%, 2017년 70.8%, 지난해 72.7%에 이어 또 한 번 상승했는데요.
신혼부부 한 쌍이 결혼자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평균 2억3186만원이었습니다. 용도별 평균 금액은 △주택 1억7053만원 △예식장 1345만원 △웨딩패키지(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299만원 △예물 1290만원 △예단 1465만원 △이바지 107만원 △혼수용품 1139만원 △신혼여행 488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박수경 듀오 대표는 "치솟은 집값만큼 주택비용이 결혼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났다"며 "집값 외 나머지 항목의 부담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웨딩상품을 통합적으로 비교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예비 신혼부부들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곤 있으나 '현실의 벽'을 넘는 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성인남녀 중 75.8%는 "지금의 결혼 문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문제의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은 '형편에 맞지 않는 과다한 혼수'가 44.8%로 나타났는데요. '타인만큼 결혼식을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의식'이 17.2%, '양가 부모님의 지나친 관여'가 11.8%, '틀에 박힌 결혼식'이 11.3%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연구원은 '고비용 결혼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작은 결혼식에 동참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주택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등 제도적으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가족행사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가족만 초대하세요!"
한편 예식과 달리 아이의 첫돌을 축하하는 돌잔치는 점차 간소화하는 추세입니다.
손이 귀해진 만큼 기성세대 사이에선 여전히 성대한 돌잔치를 원하지만, 경조사 문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젊은층 사이에선 간소한 가족식사로 대체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요.
젊은 부부들은 "어르신들이 돌잔치는 해야한다고 하지만, 결혼 축의금에 이어 아이 선물까지 부담을 줄 수 있어 눈치가 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실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돌잔치를 해도 되는지, 안 하는 추세인지 물어가며 돌잔치 여부와 규모를 고민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젊은 부부들이 '작은 돌잔치'를 선호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와 관련 깊다는 분석도 나왔는데요. 가족 모임 이상 규모로 진행하는 돌잔치의 경우 평균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16 육아문화 인식 조사'에 따르면 평균 돌잔치 비용은 수백만원대에 이르고 있는데요. 아이 순서별로 첫째가 260만원, 둘째가 148만원입니다. 하객 규모가 50명을 넘어서는 호텔 연회장 돌잔치 같은 경우 식대와 부대 비용까지 600만원을 호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 시민은 "돌잔치는 결혼과 달리 여는 이도, 초대 받은 이도 부담된다. 초대 받은 이들은 황금 같은 주말에 시간 쓰고 돈 쓰면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하는 건 곤욕"이라며 "초대 받았는데 안 갈 수도 없고, 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경조사비 지출도 부담"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남 부럽지 않기 위한' '뿌린 대로 거두기 위한' 잔치 탓에 모두가 피곤한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가족행사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가족끼리만 하자'는 말이 와닿는 요즘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