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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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혐오 극복의 길은 ‘역지사지’

사회 질서나 문화에서 빚어지는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자된 말이 ‘혐오’이다. 이는 참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 변화를 모색하는 사회로 변화하는 동기가 되기도 했다. 아직도 사회에 남아 있는 다양한 차별은 혐오라는 말이 유효한 것으로 만든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등 3관왕이 된 영화 ‘그린 북’(감독 피터 패럴리)은 혐오 중 가장 깊은 골짜기라고 할 수 있는 ‘인종차별’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더구나 1960년대 미국이라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에 대한 혐오가 펄펄 살아 있던 시절로 관객을 데려간다. 제목 ‘그린 북’은 흑백분리 정책이 있었던 시절, 흑인이 여행할 때 묵을 수 있는 숙소 등을 담은 가이드북이다. 하지만 ‘덤 앤 더머’ 등 코믹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은 이를 무겁지 않게 살짝 비틀며 자연스럽게 문제를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영화의 핵심은 캐릭터라는 것을 환기시킬 정도로 강한 캐릭터가 돋보인다. 뉴욕에 사는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르텐슨)는 주먹이 앞서는 나이트클럽 경호원이었다. 이탈리아계인 그는 부모와 형제 등 대가족이 모여 함께 살아가며, 대식가여서 햄버거 먹기 내기에서도 1등을 차지한다. 예의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그의 태도는 타자에 대한 배려가 깊은 아내 돌로레스(린다 카델리니)와는 달리 심한 인종차별주의자로 드러난다. 공교롭게도 그가 새로 얻은 일은 세계적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의 운전사 자리다. 셜리는 케네디가와 깊은 친분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며, 예의 없거나 무식해 보이는 태도는 참지 못하는 캐릭터다. 셜리는 당시 흑인으로서는 위험한 도전인 미국 남부지역 콘서트를 8주 동안 기획하고 토니를 고용해 함께 떠난다. 이후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사람의 여행을 통해 변화하는 로드무비자 버디무비의 공식을 착실히 따른다.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것 등을 무식하다고 생각했던 셜리가 토니가 주는 프라이드치킨을 손으로 집어먹게 된다든지, 아내에게 다정한 편지를 쓰게 되는 토니의 변화를 통해 이 영화는 혐오를 극복하는 길은 들뢰즈가 말한 바 서로의 입장 ‘되기’를 실천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