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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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희의문화재풍경] 미륵사지석탑 6층까지만 복원하는 이유

백제 무왕 때 만들어진 미륵사지석탑(사진)은 남아 있는 우리나라 석탑 중 가장 크고 오래된 것이다. 백제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석탑의 세 면이 시멘트로 발라진 모습은 일제강점기 문화재 수난의 대표적 사례로 자주 언급됐다. 이 때문에 1999년 석탑의 시멘트를 걷어내고 제대로 복원하기로 결정하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탑의 건축 연대(639년)를 명확히 알려주는 사리장엄구가 발견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복원이 시작되자 두 가지 의견이 맞섰다. 전하는 문헌 등을 참고해 9층으로 복원하자는 주장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사라진 부분의 형태와 구조를 알 수 있는 명확한 자료가 없기에 현재 남은 상태까지만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장 20년 동안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돼 복원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공개되는 석탑은 6층까지만 복원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문화재 복원에서 절대적 기준은 없다. 유산마다 처한 환경과 상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화재 복원의 국제적 기준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진정성’이다.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진정성의 핵심요소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 요인으로 파괴, 변형, 손상된 문화재 복원은 신뢰성 있는 자료를 근거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시도됐지만, 끝내 석탑의 시멘트가 발라져 있던 부분과 사라진 6층 이상 부분의 모습을 전하는 확실한 정답을 제시할 수 없었다. 현재 상태로 알 수 있는 단계까지만 제대로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미륵사지석탑을 6층까지 복원하기로 선택한 이유다. 물론 언젠가 석탑의 사라진 부분을 완벽하게 알려주는 새로운 유물이 발견된다거나, 획기적 연구성과가 나온다면 그때 이번에 하지 못한 부분을 복원할 수 있다. 후대의 몫인 셈이다.

“문화유산은 한 번 손상되면 다시는 원상태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그대로 우리도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줄 것을 다짐하면서 문화유산헌장을 제정한다.” 문화유산헌장을 되새겨본다.

임경희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