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A의류 브랜드는 지난해 말 ‘연말 세일’을 하면서 판촉 비용으로 300여만원을 썼다. 전국 10여 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A의류 브랜드가 쓴 판촉비용은 모두 2000여만원에 달한다. A의류 브랜드 관계자는 “판매 촉진을 촉구하는 백화점 측의 요구에 따라 판촉행사를 진행했다”며 “주로 집기사용, 판매직원 인건비, 상품권 행사 등에 판촉비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판매촉진비용의 부담전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등의 예상이익 관련 판매촉진비용 분담비율은 100분의 50을 초과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할인 등 판촉행사를 할 때 드는 비용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판촉행사에 참여할 때 가격을 낮춰 거래하고 있지만, 마진(이익)을 줄인 만큼 적정한 수수료율 인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50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대규모 유통업체 거래 중소기업 애로실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응답 기업의 38.8는 ‘할인행사에 참여할 때 수수료율 변동이 없었다’고 했고, 7.1는 오히려 ‘수수료율 인상 요구’가 있었다고 답했다. ‘수수료율을 감면했다’는 응답 기업은 53.1였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의 매출·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할인행사는 더욱 빈번해졌지만, 가격 인하 요구 등 비용 부담은 중소기업에 전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판매 수수료는 평균 29.7(롯데 30.2, 신세계 29.8, 현대 29.0)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은 의류 부문에서 최고 39.0, 현대백화점은 생활·주방용품에서 최고 38.0, 롯데백화점은 의류, 구두·액세서리, 유아용품 부문에서 최고 37.0의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백화점 납품 중소기업 195개사의 36.9인 72개사가 입점 전체기간(평균 약 16년) 중 1가지 이상의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2018년) 기준으로는 9.7인 19개사가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 동안 경험한 불공정행위 형태로는, ‘판촉 및 세일행사 시 수수료율 인하 없이 업체단가만 인하’, ‘매장위치 변경 강요’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이우중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