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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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 ‘늘려라’ vs ‘무력화 악용’…건설노사 입장차 뚜렷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에 오르고,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 1월1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야외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 중 몇몇만 마스크를 쓴 채 일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8일부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지만 건설업계 노사는 입장차가 뚜렷해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건설업체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앞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서 합의한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노동자들은 탄력근로제가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15일 국회 3당 정책위의장과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건의서를 제출하고 경사노위에서 허용키로 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요구했다.

 

앞서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달 19일 현행법상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협회는 이날 제출한 건의서에서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대다수의 건설 현장은 공기 지연과 공사비 증가 등으로 심각한 혼란을 겪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처벌 유예기간마저 끝나감에 따라 건설산업계의 절박함을 호소하기 위해 건의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경사노위 논의 경과에서는 단위기간을 6개월까지 허용했지만 이를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건설 공사의 70%가 계약기간 1년 이상인 상황으로 6개월 단위기간만으로는 공기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반해 건설기업노동조합은 18일 “대한건설협회의 ‘탄력근로 개선방안’은 최대 21개월 주 64시간 자유사용권”이라며 협회가 제출한 건의서에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노조는 이어 “현행 3개월 이내 탄력근로 단위기간에서도 최대 5개월 연속 주 64시간 상시 근무가 가능하고 이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과로사 인정 기준인 주 60시간 근무를 웃돈다”며 “해외 건설현장, 합동 사무실과 같은 건설업의 상시적 장시간 근무 중 과로사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최종 의결을 이루지 못한 채 국회로 넘어갔다.

 

경사노위는 지난 7일과 11일 본위원회를 열어 의제별위원회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최종 의결하려 했으나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인의 불참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논의 경과’만 국회에 넘겼다.

 

환노위는 오는 21일까지, 내달 1~2일 등 6일간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관련 법안을 심사하고 내달 3일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