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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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스프링클러 없는 고시원 확 바꾼다

서울시 고시원 주거기준 마련 / 2018년 국일고시원 화재 후속조치 / 실면적 7㎡이상에 창문 갖춰야 / 스프링클러 설치 예산도 증액 / 고시원 밀집지역 공유공간 마련 / 빨래·운동방 등 갖춰 삶의질 제고

창문 하나 없이 숨 막힐 듯 작은 고시원이 서울 시내에서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지어지는 고시원에 대해 방 크기는 최소 7㎡ 이상, 채광창도 내도록 한 주거기준을 마련했다. 또 노후 고시원을 임대주택으로 단장하는 사업에 72억원을 투입한다. 고시원 밀집지역에는 빨래방·운동실이 있는 공유 건물을 만들고 고시원 거주 차상위 계층에는 5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18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작년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국일고시원 화재 이후 마련됐다. 시는 우선 살 만한 방이 되기 위한 최소기준인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내놓았다. 방 실면적은 7㎡(화장실 포함 시 10㎡) 이상이고 채광창도 꼭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침대·책상을 놓고 여유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가로 2.5m, 세로 2.8m의 장방형 방이나 가로 1.4m, 세로 5m의 긴 방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강제 규정은 아니다. 서울시는 시 지원 사업에 이를 우선 적용하고, 곧 국토교통부에 건축기준 개정을 건의해 의무규정으로 만들 방침이다. 현재 국토부 고시는 다중생활시설의 복도 폭만 1.2∼1.5m로 규제하다 보니 창문 없는 고시원 ‘먹방’이 허다했다. 서울시가 종로, 마포, 강남 등의 노후 고시원 5곳을 조사한 결과 창문 없는 방 비율은 최고 74%에 달했다. 실면적도 4∼9㎡에 불과했다.

노후고시원 일부는 임대주택으로 거듭난다. 월세는 시세 80% 이하 수준이다. SH공사가 고시원 등을 사들여 최장 20년간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등에 임대하는 ‘직접 매입형’에는 50억원을 투입한다. 사회적 경제주체가 건물을 빌려 임대주택으로 만들면 최대 80%, 2억원까지 리모델링비를 보조하는 방식에는 22억원을 지원한다. 서울에서는 이 사업들을 통해 지금까지 고시원 110호가 임대주택으로 변신했다.

고시원 밀집지역에는 점점이 공유 공간이 들어선다. 가칭 ‘고시원 리빙라운지’로, 빨래방·운동방·샤워실·음악감상실·강의실 등을 갖춰 고시원 거주자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올해 50억원을 들여 동작구 노량진 등에서 시범사업을 한다. 고시원에 사는 차상위 계층은 ‘서울형 주택 바우처’를 받게 된다. 매월 약 1만가구에 5만원씩 지원된다. 서울형 바우처는 그간 ‘주택’으로 대상이 제한돼 고시원 거주자는 지원 사각지대였다.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예산은 지난해 6억3000만원에서 올해 15억원으로 늘어났다. 노후고시원 70여곳이 설치 대상이다. 지원 조건도 완화했다. 올해부터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지원받는 고시원은 입실료 동결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

모든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국회 소관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2년의 유예기간 후 스프링클러 설치가 강제된다. 서울에서는 고시원 5840개가 영업 중이다. 이 중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2009년 7월 전에 지어진 곳이 18.2%(1061개)다.

시는 또 새로운 주거 유형인 공유주택의 정의와 기준을 주택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고시원·여인숙 등을 공유주택으로 바꾸기 원하는 이들을 위해 건축법 시행령의 다중주택규모도 기존 3개층, 330㎡ 이하에서 4개층, 660㎡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