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주도할 조동호(63·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장·차남과 관련된 의혹이 화수분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가 아들들의 학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수십차례에 걸쳐 해외로 외화를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후보자의 아들들이 모두 강남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간 것으로 드러나 ‘조동호판 스카이 캐슬’을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과 대한민국 과학인재 육성에 앞장서야 할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장남과 차남은 모두 이른바 ‘강남 8학군’이라고 불리는 서울 서초구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이후 미국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장남 조모(35)씨는 서이초와 서운중, 양재고를 거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캘리포니아대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현재 콜로라도대 경영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차남인 조모(28)씨의 경우에도 형이 나온 서이초와 서운중을 거쳐, 상문고를 졸업한 뒤 형과 같은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에서 공부했다.
한국은행이 확인한 조 후보자와 아내인 오모(62)씨의 해외송금 내역에 따르면 조 후보자 부부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외화를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장·차남의 재산증식에 조 후보자가 얼마나 관여했는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남 조씨가 미국에서 살고 있는 집의 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7월까지는 1973달러(222만9687원)를,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2155달러(243만5365원)를 매달 월세로 냈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요청서에서 “장남은 미국에서 별도 거주하고 있고, 월 평균 수입액이 2186달러(247만398원)로 독립생계 유지가 충족돼 (재산) 고지 거부를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조씨가 학교 연구조교로 받은 돈은 월 평균 세후 1941달러(약 219만3524원)에 불과하다. 조 후보자 부부가 아들의 생활비 등을 송금했을 경우 이를 증여해준 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장남에게 다른 수입원이나 재산이 없는지 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 차남에게도 미국 체이스은행에 예치된 4099만원과 한국 시중은행에 예치된 예금 등 총 4143만원이 있다.
현재 조 후보자의 장·차남은 해외유학 중 재산증식과 관련한 문제 말고도 군복무와 채용에서 조 후보자가 아들의 뒤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 후보자의 장남은 공군에서 1명만 갈 수 있는 서울 용산구 소재 한미 연합사령부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했고, 육군 1사단에서 상황병으로 근무한 차남은 1년9개월의 복무 기간 중 98일을 휴가로 보냈다. 조 후보자는 아들들이 군 복무 중이던 2009~2015년 국방부 고위정보화책임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조 후보자 측은 “차남의 휴가와 관련하여 영향력을 행사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의 두 아들은 모두 조 후보자가 근무한 카이스트와 관련된 기업과 부서에서 인턴과 기능직 요원으로 근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장남은 조 후보자가 올레브의 이사로 근무했던 2012년 5월부터 6월까지 한국에 있는 올레브에서, 다음 해인 2013년 9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0개월간 미국에 있던 올레브테크놀로지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인턴 활동은 이후 유학 등의 과정에서 ‘스펙’으로 활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차남은 2013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 조 후보자가 재직하는 카이스트의 IT융합연구소에서 위촉기능원으로 일하며 700만원을 벌었다.
이만기 유웨이 중앙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힘든 사교육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과 달리 (조동호 후보자처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자녀들을 강남에서 교육시키고 외국에 유학보낸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며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는 이번 정부에서 이러한 ‘내로남불’ 식의 인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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