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지난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김지은씨가 성폭력 피해 증거로 제출한 진단서는 허위'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안희정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공대위)'는 "또 다른 2차 가해"라며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민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사건이 이렇게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나아가 사회의 잘못된 이정표가 되는 것은 두고 볼 수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민씨는 안 전 지사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질문과 '가짜 미투'에 대한 우려를 함께 나타냈습니다.
그는 "김씨가 자기 개인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는 생명처럼 절실한 외침을 함부로 이용하고 오염시켰다는 점을 용서할 수 없다"며 "미투운동이 의심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어 김씨의 가짜 미투를 고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언급하면서 민씨는 "동일한 재판부였음에도 이 어린 소녀에게는 왜 성인지 감수성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성인지 감수성은 아직 법률로 정해진 바도 없고 정의나 적용에 대한 합의의 과정도 아직 없었다"고 했습니다.
민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씨가 검찰에 낸 정신과 진단서와 산부인과 진단서가 허위증거에 해당한다며 2개의 진단서를 페이스북에 게재했는데요.
이같은 민씨 주장에 대해 공대위 측은 "개인의 질병자료가 담긴 진단서를 공개된 공간인 SNS에 올리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이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자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증인에 대해 문제 삼는 것도 변호인을 통해 상고심에 전달하면 되는 내용"이라며 "공개적으로 이런 글을 남긴 것은 매우 악의적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민주원 “김지은의 가짜 미투 고발…‘성인지 감수성’ 잣대 이해할 수 없어”
앞서 민씨는 지난달에도 2심 재판부가 피해자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정황증거는 무시했다며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씨 주장과 법원의 판단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민씨는 이번 글에서 김씨가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인사이동된 뒤 도청 내에서 울거나 주변인에게 섭섭함을 토로한 메시지 등을 근거로 들며 김씨는 성폭행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는데요.
김씨가 정무비서로 인사이동된 뒤 도청 내에서 울거나 주변인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성폭행 피해자의 행동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민씨 측의 주장입니다.
이에 공대위는 "사적 대화 내용을 공개하는 건 사생활 침해이고, 메신저 대화는 전체 맥락이 있는데 일부만 발췌해서 재구성하는 건 매우 잘못됐다"며 "해당 메시지들은 피고인 측에서 1심 때도 불균형하게 재판부에 제공한 것"이라며 "이런 식의 2차 피해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옮긴 후 김씨의 행동에 대해 김씨 본인은 수사과정에서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가는 건 잘리는 수순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는데요.
2심 재판부 역시 "수행비서로서 6개월을 보낸 외에 다른 정치권에서의 경험이 없었고, 정무비서의 업무나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로서는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보직이 바뀌는 것이 실제로는 퇴출 수순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 주장을 받아들인 바 있습니다.
◆공대위 “증인 문제삼으려면 변호인 통해 상고심에 전달하라”
안 전 지사의 1심 재판에서 '모해위증'을 했다며 안 전 지사 측으로부터 고소된 증인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대위는 20일 "1심에서 안 전 지사 측이 검찰 측 증인에 대해 모해위증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결과가 최종 통지됐다"고 밝혔습니다.
안 전 지사 경선캠프 자원봉사자였던 구모씨는 지난해 7월9일, 안 전 지사의 1심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안 전 지사가 자신에 대한 보도가 나갈 것을 미리 알고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해 기사를 막아주면 민주원 여사 인터뷰를 잡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구씨는 또 "언론사 간부가 실제로 기자에게 기사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기자의 저항에 부딪혀 결국 기사가 나갔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안 전 지사에게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서울서부지검에 구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공대위는 "증인이 고소된 날은 4명의 안희정 측 공개 증인이 법정에 나와 도청에서 정무팀이 함께 수행했던 '지사님 수발' 업무에 대해 피해자의 개인적 행위인 듯 증언하기 시작한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를 위해 증언한 조력자에 대해 안희정 지지자 등은 악성 댓글과 실명 및 직장 유포 등 공격을 지속해왔다"며 "전형적인 역고소 공격, 모해위증 고소, 댓글 공격, 언론을 통한 피해자에 대한 허위 이미지 만들기 등은 위력의 다른 형태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안 전 지사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습니다. 안 전 지사는 2심에 불복하고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