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클럽 내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태’가 끊이지 않는 의혹들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과 마약류 투약·유통 의혹, 클럽과 경찰 간 유착 의혹, 불법 촬영물 공유에 이어 이번엔 버닝썬이 국제 범죄조직 ‘삼합회(三合會)’와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경찰은 전방위적으로 번진 의혹들을 수사 중이나 버닝썬의 이른바 ‘금고지기’가 잠적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24일 하루 동안 주요 포털사이트 등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는 ‘린 사모’란 검색어가 오르내렸다. 린 사모는 전날 버닝썬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해 다룬 SBS 프로그램 ‘그것이알고싶다’에서 클럽과 삼합회 간 연결고리로 지목한 인물이다. 대만의 한 투자자로 알려진 린 사모는 버닝썬 지분의 20%를 갖고 있다고 한다. 제보자들은 린 사모를 가리켜 “대만에서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존재로, 매우 거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는 지난해 12월 버닝썬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린 사모님’을 연호한 바 있다. 그것이알고싶다 측은 린 사모가 버닝썬에 투자한 돈의 출처를 삼합회라고 봤다.
전날 방송에서는 린 사모 외에 또 다른 한 인물과 버닝썬의 관계가 조명됐다.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팀인 발렌시아의 구단주이자 싱가포르 부호인 피터 림의 딸 키미 림이다.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키미 림은 승리의 사업에도 투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방송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나는 이 사건과 어떠한 연관도 없다”고 밝히는 등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들을 들여다보고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 코멘트하겠다”고만 답했다. 다만 경찰은 승리와 유 대표가 2015년 자신들에게 투자한 한 일본 기업인을 상대로 성접대를 한 정황이 이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등장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승리가 과거 자신의 SNS에 계급장과 명찰을 단 경찰 정복 차림 사진을 올린 일과 관련해서도 입건 가능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경찰은 전날 승리 등 유명 연예인들과 경찰 간 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배우 박한별(35)씨를 비공개로 불러 3시간가량 조사했다. 박씨는 남편 유 대표와 FT아일랜드 최종훈(29)씨가 지난해 초 일명 ‘경찰총장’ 윤모 총경과 골프를 칠 당시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당시 골프 모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골프 비용은 누가 지불했는지 등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주재관으로 근무 중인 윤 총경 부인 김모 경정이 최씨에게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K팝 공연 티켓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은 최근 김 경정으로부터 답변서를 받아 검토하는 한편 김 경정의 귀국 일정을 계속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또 여성들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불법 촬영하고 이를 카톡 대화방에 올린 혐의로 구속된 가수 정준영(30)씨에 대해선 구속 기간인 10일 동안 새로 나온 의혹들 전반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버닝썬에서 장부 작성과 관리 등 경리업무를 총괄해 이번 사태의 키맨으로 꼽히는 전 경리실장 A(여)씨가 돌연 해외로 출국해 잠적한 것으로 파악하고, 그의 행방을 쫓고 있다. A씨는 지난해 말 버닝썬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진 이후 클럽 경리실장직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구체적인 혐의점을 발견한 것은 아직 아니며,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