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국내 최대 미술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을 맞는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의 인력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계약직 학예사 인원이 정규직 학예사 인원과 거의 동일한 기형적 구조 탓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달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 연구 관련 전문임기제 공무원은 32명에 달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체 전문임기제 공무원(40명)의 80%. 일반직 공무원인 학예연구관과 학예연구사 정원 36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두 직급의 현원 기준으로는 인원이 동일하다.
국가공무원법상 임용권자는 전문 지식·기술이 요구되거나 임용 관리에 특수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하게 하기 위해 경력직 공무원을 임용할 때 일정 기간을 정해 근무하는 임기제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다. 전문임기제 공무원은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기술 등이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임용되는 임기제 공무원이다.
공무원임용령상 임기제 공무원의 근무 기간은 5년이다. 다만 성과가 탁월하면 이를 초과해 5년 범위에서 일정한 기간 단위로 근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계약직 학예사가 적지 않은 건 법인화 백지화와 무관하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전문임기제 공무원은 법인화 논의 중에 2013년 서울관을 개관할 때 행정안전부 별도 정원으로 충원해 행안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는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됐다가 지난해 결국 무산됐다.
계약직 학예사들의 정규직 전환 등 처우 개선은 요원한 실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직제로 편입해 학예 분야 중장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인력 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윤범모 관장도 지난 5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윤 관장은 당시 “인력 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되지 않아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간제 관원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하고 관련 부처들과 협의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영주 의원은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법인화 문제가 해소되는 등 조직 구조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이제는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전시 기획과 연구를 담당하는 학예직들의 고용 안정은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히 많은 미술계 종사자들이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이 인력 운용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