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식량원조협약(FAC) 가입동의안은 인도적 목적의 식량 지원 및 세계 식량안보 증진에 기여하고 국내 쌀 수급 안정에도 기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2017년 12월1일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었던 심재권 의원은 FAC 가입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심 전 위원장 설명대로 식량원조는 우리의 국격 제고와 더불어 국내 쌀 과잉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이 지난해 중동 예멘과 아프리카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4개국에 무상 지원한 쌀은 5만t이다. 누적 수혜자는 710만명 정도다. 또 쌀 5만t 원조는 농지 1만㏊의 휴경 효과가 있다고 농정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세계 빈민·난민 710만명에 비축미 원조
FAC는 빈곤과 기근 등에 취약한 인구의 생명을 구하고 기아를 줄이며, 식량안보를 증진하고 영양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국제협약이다. 회원국의 재량을 넓히고 원조품목을 다양화하는 쪽으로 2012년 개정됐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도 이들 4개국에 정부관리양곡(비축미) 5만t을 지원한다.
대기근과 무력충돌 등으로 인구 2900만명 중 2200만명(75.9%)이 식량부족 상태인 예멘에는 지난해보다 7000t 늘린 1만9000t을 지원한다. 잦은 가뭄으로 인구의 10%(850만명)가 긴급영양실조 상태인 에티오피아엔 1만6000t, 5세 이하 어린이 37만명이 영양실조 상태인 케냐엔 1만t을 지원한다. 115만명의 난민이 머무는 우간다에도 5000t을 보낼 계획이다.
원조용 쌀은 2017년산 비축미 ‘상’등급으로 정했다. 이달 말부터 각 시·도 창고에 보관 중인 벼를 함유 수분 14% 수준으로 가공해 장마 시작 전인 5월 중순쯤 군산항, 목포항, 울산항을 통해 현지로 이송한다. 각국에는 6∼7월 도착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주도하에 배분을 시작한다.
정부는 세계 식량안보를 위한 지원과 협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한국쌀 전달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국은 오랜 기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다”며 “제 몸의 일부도 원조받은 식량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개도국을 돕고 배고픈 난민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영광스러운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58% “식량원조, 수급 안정에 기여”
우리 쌀 5만t 원조는 국내시장 수급 안정화를 통해 농가 소득 증대와 정부 재정부담 완화에 일조한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9년 74㎏에서 2017년 62㎏으로 줄었는데, 생산량은 여전히 400만t 정도이다. 정부가 구매·보관하는 비축미도 쌓이고 있다. 적정 재고량은 80만t인데 2017년만 해도 쌀 186만3000t이 보관창고에 쌓여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원은 쌀 10만t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연간 316억원이라고 추산한다.
비축미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저소득층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준가격의 80%, 50% 수준으로 싸게 내놓는다. 묵은쌀의 경우 가공식품용, 심지어 동물 사료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기초생활수급자는 감소하는 추세이고, 가공식품용 판매실적도 2014년부터 줄고 있다.
비축미 해외 원조는 100만t 정도의 남는 쌀 처리에도 일정 부분 숨통을 트이게 했다. 정부의 재정 부담도 덜어줬다. 비축미 5만t이 해외로 나가면서 당장 약 160억원의 재고관리 비용을 덜게 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5만t 쌀 원조는 논 1만㏊의 휴경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참고로 지난해 벼 재배면적은 73만8000㏊였는데 이는 2017년(75만5000㏊)보다 1만7000㏊ 준 것이다.
국민들도 식량원조가 한국의 국격 향상은 물론 쌀 수급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환경농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농업인과 도시민 98명을 대상으로 벌인 식량원조 관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7.1%가 식량원조가 바람직한 이유로 ‘국격 향상’을, 40.2%가 ‘쌀 수급 기여’를 들었다. 쌀 원조의 기대효과에 대해서는 57.7%가 ‘식량수급 효율화’, 25.8%가 ‘국격 향상’, 16.5%가 ‘수혜국과 협력 증진’을 꼽았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공동기획:세계일보·농림축산식품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