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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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한·미동맹, 위협 인식의 공유가 관건

입력 : 2019-03-28 21:01:03
수정 : 2019-03-28 21: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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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관계의 핵심은 상호 신뢰 / ‘북 비핵화’ 우리만의 전략 있나 / 외교적 실험의 성패 가늠할 때 / ‘정권이념’ 매몰돼 실기 말아야

한·미동맹의 출범 기반은 위협인식의 공유이다. 6·25전쟁 이후 양국은 이러한 공통의 인식하에 혈맹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한·미동맹에 첫 번째 변화는 긴장완화의 시대에 찾아왔다. 1970년대 초 강대국 간의 화해 분위기는 세계질서를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미국의 안보 우산하에서 살아왔던 우리에게는 큰 충격을 주었다.

국제정치학자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동맹이 흔들리는 이유로 ‘위협인식의 차이’를 들었다. 공동의 적으로부터의 위협 수준은 그 적국의 군사력과 공격의도에 대한 평가에 달려 있는데, 그 차이가 크면 동맹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는 동맹국 간 신뢰도를 약화시키고 편승동맹의 경우 약소국의 안보위기 시 강대국의 개입 여부에 대한 약소국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데탕트의 시기에 한국과 미국은 안보위협에 대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강대국 간 긴장완화의 무드 속에서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했다. 반면 박정희정부는 이런 변화가 북한은 물론 중국에게 오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자주국방에 박차를 가했다. 양국 간 신뢰의 위기가 동맹의 균열을 초래한 것이다.

2020년을 눈앞에 두고 우리는 또다시 한·미동맹의 불협화음을 목격하고 있다. 반백년 전의 흔들림이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로 인해 촉발됐다면 지금의 상황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결국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차가 동맹의 결속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위해 양국이 적정수준의 위협인식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현 정부는 미국 정부의 우려에도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재차 천명하며 밀어붙이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제재 우회 전략에 중국과 한국이 동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신뢰위기 속에서 미국 정부는 해상 환적 감시 강화 등 제재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말을 하고 북·미 사이에서 중재하려는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재자의 고뇌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동맹관계의 핵심은 상호신뢰임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개발과 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한 위협인식을 진정으로 공유하고 있는가. 위협인식의 공유 없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와 한·미동맹의 결속은 불가능하다. 그동안 북한이 언급하는 ‘비핵화’란 용어의 의미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두고 한국과 미국은 모호한 인식을 공유해 왔다. 하지만 베트남 정상회담의 결과 그 진실이 드러났다.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기 위해 시간을 갖고 수사학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지속적으로 달래고 있는 현 정부의 전략적 선택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북한의 오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실증주의적 사고에서 보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 최소한 이 시점에서는 없다.

그렇다면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을 시 우리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묵시적으로 받아들이고 ‘핵 있는 평화’를 대비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의 비핵화를 끝까지 달성하기 위해, 즉 ‘핵 없는 평화’와 진정한 평화통일을 위해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 및 일본과 공조해 제재압박을 견고히 할 것인가. 제재 압박이 안 통하면 최후의 선택은 무엇인가.

한·미동맹 없이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할 우리만의 전략이 있는가. 한·미동맹은 예전과 다름없이 견고하다는 현 정부의 지속적인 확인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정반대이다. 이제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외교적 실험의 성패를 냉정하게 가늠해볼 시점이다. 더 이상 ‘정권 이념’에 매몰돼 ‘실기(失機)’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