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 아편, 필로폰, 대마초 등을 아우르는 마약류는 매우 강한 환각성과 중독성이 있습니다.
투약자를 결국 '폐인'으로 만들고, 환각 상태에서 '2차 범죄'까지 유발하는데요. 과거 영국과 아편전쟁까지 치렀던 중국처럼 마약을 방치하면 국가와 사회 전체에 엄청난 해악(害惡)을 끼치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재벌가에서 불미스런 마약 사건이 또 다시 불거졌습니다. 최근 버닝썬 사태를 통해 마약에 취한 부유층의 민낯을 목격한 시민들은 재벌가의 이런 소식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데요.
일부 부유층·특권층과 그 자제들의 마약류 탐닉은 이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데요. 버닝썬 사건에서 그릇된 클럽 문화에 빠진 이들이 신종 마약에 탐닉하고 속칭 '물뽕(GHB)'을 이용해 여성을 성폭행한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마약에 취해 더 추악한 짓을 일삼기 전에 수사당국과 정부 각 부처가 강력한 공조 체제를 형성해 마약류 근절에 나서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여 다신 손도 못 대게 해야 합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나, 우리도 이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재벌가와 유력 집안 자제들이 마약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손을 댔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당수가 유학파 출신인 이들이 외국에서 좀더 손쉽게 마약을 접한 뒤, 국내에 돌아와서도 이를 끊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된 SK그룹 일가 최모(31)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해외 유학파입니다.
그에게 대마 액상을 판매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마약 공급책 이모(27)씨도 유학생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현대가(家) 3세 정모(28)씨까지 마약을 구입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정씨도 해외 유학을 하던 도중 이씨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씨는 경찰에 "정씨와는 함께 유학하면서 알게 됐다"며 "정씨와 함께 대마를 피웠다"고 진술했습니다.
◆재벌가 자제들 ‘마약의 유혹’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까닭은?
한 유명 의류 제조·유통업체와 모 유명 문구류 업체 자제가 해외 유학 도중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요.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 자제는 2017∼2018년 외국 대학에 다니면서 자신들이 다른 지인들과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도 해외 유학생들이 마약을 몰래 사들이거나, 국내로 밀반입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2015년에는 아파트 실내에서 대마를 대량 재배한 30대 남성과 그로부터 대마를 사들인 이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는데요.
당시 대마 흡입 혐의로 입건된 이들은 미국·호주·영국·뉴질랜드 등 유학생 출신이거나 해외 유학중인 2030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같은해 9월에도 유학생 출신 등 21명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경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 입건됐습니다.
이가운데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주범은 지인으로부터 대마초를 구입, 다른 대학 동문 11명과 함께 피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가 졸업한 대학교는 대마초가 합법인 주(州)에 있었는데요.
지난해 3월에는 마약을 국내에 밀반입한 뒤 비트코인을 받고 판매한 해외 유학생 일당 14명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해외 유학생 출신으로, 강남의 한 클럽에서 서로 알게 된 이들은 2016년 5월∼2017년 9월 인도와 미국에서 대마와 해시시 등 마약 8㎏가량을 사들여 국내 판매책에 전달했습니다.
판매책은 일반적으로는 접속할 수 없는 비밀 인터넷 '딥웹(Deep Web)'에서 마약을 판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실제 국내에서 원천적으로 불법인 대마가 일부 외국에서는 합법이어서 단순 호기심에 마약을 접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캐나다 전역, 美 일부 대마 ‘합법’
의료·기호용 대마가 합법인 미국 일부 주나 캐나다에서 국내로 마약이 반입되는 건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관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국내로 반입하다가 적발된 대마류는 지난해 242건(28㎏)으로, 전년 대비 30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비롯 워싱턴·오리건·네바다 등 일부 주에서 의료·기호용 대마가 합법입니다.
캐나다도 지난해 10월부터 자국 전역에서 대마 거래를 합법화했는데요.
하지만 국내에선 불법입니다.
우리나라 법률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적용된다는 '속인주의(屬人主義)'에 따라 한국인은 대한민국 법률로 처벌받습니다.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 흡연·소지·매매·운반 등은 모두 법적 처벌 대상입니다.
적발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다시 말해, 대마나 마리화나가 허용된 국가라도 한국인이 해당 국가에서 마약을 하다가 적발되면 처벌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마약 의혹 황하나 ‘봐주기 수사’ 논란…남양유업으로 불똥
최근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도 마약 투약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앞서 황씨는 2011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15년 9월 중순 서울 강남에서 조모씨와 공모, 필로폰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시 공모한 조모씨는 입건돼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는데요. 이에 황씨가 재벌가 손녀라는 이유로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후 경찰은 논란이 지속하자 황씨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황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2015년 지인에게 “우리 삼촌이랑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다 알아. ‘개베프(친한 친구)’야”라면서 경찰 고위직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음성 판정이 나와 진술만으로는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남양유업은 입장자료를 통해 “황씨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다”며 “작고한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만으로 황씨 개인에 대한 내용을 남양유업 (법인)과 결부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마약을 투약한 부유층 자녀 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물뽕’ 등 약물 이용 성폭력 사건 끊이지 않아
이처럼 재벌자 2·3세가 마약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재벌가 자제들은 어릴 때부터 일상생활에서 부족함이 없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환경에서 자라나 자기 중심적인 경우가 많다며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해 큰 일이 나도 괜찮다는 생각에 윤리, 도덕적으로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이들은 사실상 모든 것이 충족된 경우가 많아 더 자극적이고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마약은 한 번 빠지면 중독성이 강하고, (재벌가 자제들은) 일반인에 비해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최근 '버닝썬' 사건 등으로 마약류 범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마약 등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 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이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1일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는데요.
버닝썬 사건이 확산하자 마약의 일종인 속칭 '물뽕(GHB)'을 액체에 타 마시게 한 뒤 상대방이 정신을 잃으면 성추행 및 성폭행을 하는 범죄 행위가 알려졌습니다.
김 의원은 "현행법은 흉기나 이외 위험한 물건을 지닌 상태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해 강간죄를 범한 사람에게만 특수강간 범죄가 적용되는 상황"이라며 "물뽕 등 마약이나 약물을 이용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강간하는 것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개정안에는 마약류를 이용한 강간 시 징역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고 강제 추행할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처벌 강화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그는 "버닝썬 사태 등에서 나타나듯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약물로 성을 지배하는 강간 사건을 엄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위층 마약사범 석연치 않은 수사·판결…엄정 대처로 기강 바로 세워야
한편 불법 온라인 마약류 광고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로 개인간 대면으로 비밀리에 이뤄지던 마약 거래가 온라인을 통한 판매 루트가 바뀌면서 일반인의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해외에 서버를 둬 수사가 어려운데다, 인지 후 광고를 차단해도 사후 조치에 그쳐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당국은 국내 마약사범이 급증한 배경으로 온라인·SNS를 통한 마약 광고의 폭발적인 증가를 꼽고 있습니다.
대검찰청 '2017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인터넷 마약류범죄 모니터링시스템'에 적발된 불법게시물 및 사이트는 2017년에만 7890건에 달했습니다.
4년 전과 비교해 무려 22.9배 급증한 것입니다.
온라인을 통한 마약 유통이 급증하는 동안 마약류 사범도 크게 늘었는데요. 수사 당국은 온라인을 통한 마약 유통이 기존 중독자가 아닌 일반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서 범죄자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당국은 SNS상 마약류 판매 광고가 만연해 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SNS를 이용하는 특성으로 인해 수사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찰은 기존 수작업 위주였던 적발 방식을 키워드 자동 검색 중심의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는 유엔(UN)이 정한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 20명이라는 '마약청정국 지위 기준'을 2016년부터 잃었습니다. SNS 등을 통해 마약이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같은 현실에도 재벌가 등 고위층 마약사범에 대한 석연치 않은 수사와 판결이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물뽕과 성폭력 등으로 얼룩진 버닝썬 사태가 오래 전부터 '예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지금부터라도 마약류 유통·관리를 철저히 하고, 고위직이나 재벌 등 사회지도층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판결로 국가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