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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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앞에 마주선 교사와 입학사정관, 학생부를 어쩌나 [현장+]

대학 입시 전형 중 하나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는 영향력이 크다. 학생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학생부 부풀리기와 허위작성, 전산 조작, 대학들의 평가 불투명성 등과 맞물려 학종의 공정성까지도 흔들리고 있다. 이래저래 입길에 오르내리는 학생부를 두고 현장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벌였다.

 

4일 경기 성남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제1차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에서다. 경기지역 고등학교 교사들과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처음 한 자리에 모여 고교 교육·평가방식과 학생부 기록을 둘러싸고 의견을 주고 받았다.

아래 네 장면은 이날 나온 토론의 결론을 압축한 현장 설문조사의 일부다.

 

#1. 우리가 생각하는 성장이란

 

“잠재 가능성을 키워 자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교사 52.4%)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의 향상”(입학사정관 51.9%)

 

#2. 학생성장을 위한 수업 평가의 이야기

 

“삶과 연계된 문제해결, 구조화된 수업 평가로 학생 스스로 역량 신장”(교사 44.4%)

 

“진학을 위한 기록이 아닌 교육과정과 학생 중심의 수업 관찰”(37.9%)

 

#3. 수업 평가의 실천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기록의 내실화와 활용

 

“아이들의 다양성과 생각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수업 설계” (교사 41.3%)

 

“스펙이나 다양성보다는 방향성을 찾아가는 학생들의 탐색이 수업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입학사정관 37.9%)

 

#4. 향후 우리의 실천과 협력을 위한 기대

 

“지속적인 피드백과 교사,입학사정관의 상호작용”(교사37.1%)

 

“학교 교실 수업의 실제 변화가 기록되는 학생부”(입학사정관 34.5%)

 

제자를 대학에 보내야하는 교사와 우열을 가려 학생을 뽑아야 하는 입학사정관이 바라보는 학생부에 대한 시각은 예상대로 달랐다. 교사들은 대학의 학생 선발기준, 즉 입학사정관의 잣대에 의구심을 드러냈고, 입학사정관들은 부풀리고 왜곡된 학생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4일 경기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1차 고교-대학 원탁회의에 참가한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부'와 '학생 성장' 등에 대해 밝힌 의견을 적은 메모지가 붙어 있다. 이천종 기자

교사들이 “대학들이 어떤 학생을 특별히 우수하다고 생각해서 선발을 하는지 변별력을 어떤 부분에서 확인하는지 선발기준이 의아한 경우가 있다”고 입학사정관들에게 묻는 장면이 조별로 이뤄지는 원탁좌담회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에 입학사정관들은 “입시를 의식해서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학생부가 학생의 성장과정의 변화를 탐색하기 보다는 긍정적 요소 부각에만 힘쓴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곤 했다.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은 그러나 학생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교사 2명 중 1명은 “성장이란 잠재 가능성을 키워 자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고, 입학사정관 2명 중 1명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의 향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 패널로 참석한 경기 구리고등학교 윤용근 교사는 “3학년이 되면 입시가 부담이 되다보니 학생 개별적인 잠재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입시에 더 매진하게 되지만, 실제 교사들은 상위권 뿐 아니라 중하위권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경상대)은 “대학에서의 평가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잠재역량”이라며 “학교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학생들이 잘 하고 흥미있어하는 분야가 대학 진학에 연계돼야 진정한 의미”라고 말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부가 입시를 위한 도구가 되면 안 된다지만 지금 교사들 스스로도 ‘생기부가 아닌 사기부’라고 부를 정도”라며 “지난해 정책숙의 이후 지침도 너무 많아졌는데, 대학에서 교사들의 학생부 기록을 믿고 그대로 뽑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 즉석 질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자 패널인 숙명여대 조벽 석좌교수는 “교사들이 학생부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대학에서도 그에 기반해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는 점을 서로 믿는다면 학생부 기재 관련 세세한 지침이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도 “신뢰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처럼, 신뢰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으니 지속적인 소통의 장을 통해 신뢰를 확보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안성진 이사장은 "학생부가 현실적으로 아이를 제대로 표현하는지 여부는 앞으로 해결해나갈 과제"라며 "학생부에 정말 학생들의 성장을 기록하려면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기록해야 하는지, 이론 수업 외에 어떤 활동을 통해 잠재력을 기록할 수 있을지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향후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영상인사를 통해 "경쟁보다는 아이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자라나가는 방향으로 함께 고민해주시길 바란다"며 :아이들이 어떤 교육활동을 받아 미래사회를 살아갈 힘을 가질 것인지, 우리가 무엇을 더 도와줄 수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고교-대학 원탁회의는 지난해 교육부에서 정책숙의를 거쳐 ‘학생부 신뢰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이후 현장 안착을 위해 마련됐다. 앞으로 서울(18일), 대전(30일), 대구(5월 10일), 부산(5월 22일) 부산, 광주(5월30일) 등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권역별 고등학교 교사 75명, 수도권과 해당지역 대학의 입학사정관 30명씩 참여한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