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탕은 때 미는 비용이 5000원이나 더 싸더라고요.”
결혼 32년차 주부 김모(52·여)씨는 최근 남편으로부터 남탕 세신 가격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김씨는 “여탕은 기본 때 미는 비용이 2만원인데 남탕은 1만5000원이더라”며 “여자라고 더 비쌀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왜 가격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남녀 세신비 최대 1만원··· 업주 “목욕관리사가 가격 정해”
성별에 따른 목욕탕 세신 비용 차이는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이다. 직장인 박모(32·여)씨는 “보통 목욕비는 카운터에 적혀있어도 세신비는 목욕탕 안에 들어가야 알 수 있다”며 “남자도 비슷한 요금을 받겠거니 했는데 여탕 세신비가 더 비싸다고 하니 손해 보는 기분”이라고 불쾌해했다.
세계일보가 지난 4일 서울의 자치구별 대중목욕탕 20곳에 문의한 결과 남녀 세신비는 최소 2000원에서 최대 1만원까지 차이 났다. 여성 세신비용은 평균 2만1150원이었으며 남성은 평균 1만4900원이었다.
왜 이렇게 세신비용이 차이 나는지에 대해선 목욕탕 업주들도 제각각이었다. 서울 구로구 A사우나 측은 “남자는 (피부가) 튼튼하다. 여자는 더 세심히 밀어줘야 해서 비싸다”고 주장했다. 서초구 B사우나 측은 “남자는 때 미는 시간이 더 짧다. 여자는 마사지나 이런 걸 더 해준다”고 했지만 정확히 서비스가 어떻게 다른지 묻자 답변을 얼버무렸다. 관악구 C사우나 등 몇몇 사우나는 “때밀이(목욕관리사)가 정한 가격이라 우리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는 이런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결혼 6년차인 김모(31·여)씨는 “여자 손님이라고 꼼꼼히 해주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목욕탕에서 세신을 받았는데 ‘때가 많이 안 나온다’며 15분 만에 끝났다. 그런데 2만원이나 받았다”며 “마치 미용실에서 ‘여자는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커트 비용을 비싸게 받는 것과 다를 게 뭐냐”고 투덜거렸다.
결혼 3년차 직장인 현모(40·여)씨도 “성별보다 그 사람의 피부 상태나 몸매에 따라 얼마나 힘이 드는지 다를 것 같은데 단순히 남녀 차이로 가격을 나눠놓는 건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남녀 세신 과정 달라 가격 차이 발생”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목욕관리사들을 대표하는 협회나 공식기관은 없다. 이 때문에 서울 영등포구를 중심으로 목욕관리사를 양성하는 훈련소 몇 곳이 사실상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규모의 한 목욕관리사 교육기관의 한 관계자는 “세신비는 목욕관리사가 직접 목욕탕과 협상을 통해 정하는데 보통 남성은 1만5000원, 여성은 2만원 수준”이라며 “남성과 여성의 세신 과정이 다르고 여성들에게 시간이 더 걸려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성별에 따른 시간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목욕관리사 개인의 자유라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은 “일반적으로 목욕탕 세신비 등의 가격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문제가 있는지는 시장 조사 후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