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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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전’을 사수하라…산불진화용 물 확보 위해 안간힘 [밀착취재]

[스토리세계] 강원 산불과의 사투…소화전 사수 작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의 한 도로에서 인천소방 소속 박기훈 소방사가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한 뒤 물을 확보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산림과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 화마에 맞선 소방관들에게 도로가 소화전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5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화재 현장 인근 도로에서 만난 인천소방 소속 박기훈 소방사는 호스를 연결한 인도 소화전에서 물이 잘 흘러나와 소방차 물탱크에 들어가도록 쉴 새 없이 밸브를 돌리고 있었다.

 

박 소방사는 보통 소방차의 물 용량은 6000L지만 이날 동료와 함께 탄 차량은 900L 정도라고 밝혔다. 밸브 조절에 여념 없는 박 소방사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까지 흘러내렸다.

 

박 소방사는 “인천에서만 소방차 50대 규모가 왔다”며 “어제와 오늘 진화 작업에 수십만L 규모의 물을 썼다”며 “망연자실해 하시던 주민들 표정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천소방 소속 소방차.

소화전이 일정 크기의 물 저장고라고 착각한 기자에게 박 소방사는 “소화전은 상수도와 연결되어 있다”며 “혹시라도 물이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속초 도착 후 고성에 올 때까지 기자는 도로 소화전에서 물 긷는 소방차 여러 대를 발견했다. 그만큼 현장 소방관들은 화재와의 사투뿐만 아니라 소방수 확보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한편 소방청에 따르면 산불 진화를 위해 전국에서 소방차 870여대가 투입됐다. 강원 소방 소속 소방차 52대를 비롯해 서울, 인천,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충남, 경북은 가용소방차량 절반가량을 파견했다. 부산, 대구, 울산, 전북, 전남, 경남은 가용소방차량의 3분의 1이 지원 출동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공무원 3250여명과 산림청 진화대원, 의용소방대원, 군인, 공무원, 경찰 등 1만여명이 투입돼 밤새 진화작업을 했다”며 “관할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에서 소방력을 지원한 것으로는 단일화재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고성=글·사진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