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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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지진 등 재난 속 '장애인 안전' 보장, 어떻게?

청각장애인들, 강원 산불 재난방송 때 수어 통역 못 받아 / 휠체어 의존 장애인, '홀로 이동' 어려워 대피 포기하기도 / 행안부·장애계, '장애인 안전' 주제 간담회서 머리 맞댄다

강원 속초에 사는 뇌병변장애인 박모씨는 지난 4일 밤 재난 문자를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지면서 재난 문자를 받긴 했으나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난 뒤라 어떻게 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것이다.

 

강원 산불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쏟아지는 피해 규모나 이재민 대피 관련 보도 속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한 계층이 있다. 바로 산불 피해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다.

 

8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 등에 따르면 산불 피해지역 및 부근에 사는 청각장애인들은 재난 방송에서 수어 통역을 제공받지 못해 큰 산불이 났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 일부는 재난 문자를 통해 받은 장소까지 이동하기 어려워 그만 대피를 포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장애인이 재난 발생 초기에 그 인지에 실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큰 피해로 연결된다. 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만명당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무려 4.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으로 장애인 2.8명이나 된 반면 비장애인은 0.6명에 그쳤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정부는 9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장애인과 그들을 지원하는 각종 단체들은 “아직까지 실효성이 의문”이란 입장이다.

 

이에 한국장총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재난 등 발생시 장애인 안전을 향상하기 위해 ‘장애인 안전종합대책 이행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한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와 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장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주관하는 간담회는 오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다.

 

행정안정부 조상명 생활안전정책관, 한국장총 이문희 사무차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팀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홍현근 편의증진국장, ‘장애인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김철환 활동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승헌 상임활동가 등이 참석한다.

 

간담회에선 먼저 행안부 측이 정부의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 이행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 이어 장애계를 대표하는 활동가들이 지체, 시각, 농아(청각), 척수 등 장애 유형별로 안전에 필요한 상황을 점검한다.

 

한국장총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경북 포항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장애계는 안전 취약계층인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다”며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에 장애인 안전 보장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