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대중문화 속 ‘나홀로 문화’가 범람하고 있는 것에 대해 현재 한국 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대중문화가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10일 “대중문화에서 ‘나홀로 문화’가 자주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체 가구의 4분의 1 이상을 1인가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나홀로 문화’도 똑같이 소모량이 증가했고, 대중문화가 이를 적극적으로 다룬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는 해마다 늘었다. 2005년 1인가구는 317만675가구였다. 2010년에는 414만2165가구, 2015년에는 520만3440가구, 2016년에는 539만7615가구로 증가했다. 2017년에는 561만8677가구로, 전체 가구 중 28.6%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1인가구라는 의미다. 사정이 이러하자 최신 유행을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대중문화로서는 1인가구가 즐기는 ‘나홀로 문화’를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정 평론가는 관찰 카메라와 1인 미디어의 등장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그는 “관찰 카메라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자주 보여주면서 1인가구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며 “1인 미디어 또한 혼자 출연하고 촬영하기 때문에 ‘나홀로 문화’를 자주 다룬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속 중장년층의 ‘나홀로 문화’ 증가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와 연관이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건강하고 적극적으로 은퇴생활을 하는 활기찬 은퇴자, 건강한 노년층을 의미한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건강한 노인’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에 관심이 늘면서 대중문화가 이를 자주 다루기 시작한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따른 트렌드(유행)의 변화를 자주 다루는 대중문화로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중문화 속 ‘나홀로 문화’의 범람이 공동체나 사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않았다. 정 평론가는 “‘나홀로 문화’는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할 뿐 온전히 혼자만 즐기는 문화가 아니다”며 “앞으로의 사회는 ‘가족’으로 뭉친 공동체에서 ‘취향’을 중심으로 모이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나홀로 문화’는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