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간 41조원을 들여 환자가 대형병원에 몰리지 않도록 가벼운 병은 집 근처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동네병원 기능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한다. 노인 의료비 지원 등을 줄여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한다는 방안이지만 재정 고갈과 국민 보험료 부담 증가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안)’을 공개했다. 종합계획은 이날 공청회 후 오는 12일 건강보험정책위원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우선 동네병원은 경증환자를, 대형병원은 중증환자를 위주로 진료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환자 중증도, 질환, 입원일수 등에 따라 의료기관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적합한 환자를 진료할 경우 수가를 가산해주는 방식이 거론된다. 또 환자에게 대형병원 의뢰서 비용을 부담시키거나, 경증환자가 동네병원을 거치지 않고 대형병원으로 갈 경우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입원-퇴원-재가서비스로 이어지는 통합의료서비스도 추진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환자지원팀이 치료계획을 세우고, 퇴원 후에는 거주지 인근 의료기관 연계, 방문의료, 지역사회 돌봄 등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MRI(자기공명영상), 초음파, 입원 병실, 한의약, 희귀질환 치료제 등에 대해 단계적으로 건보가 확대된다. 분만, 응급의료·화상 등 필수의료서비스 인력 및 시설 확충을 위해 보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돈이다. 정부는 이를 추진하는 데 2023년까지 41조5842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5조4027억원을 시작으로 2023년 11조1167억원까지 소요재정이 늘어날 전망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5년 내내 매년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게 된다. 올해도 3조1636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누적적립금이 지난해 말 20조5955억원에서 매년 줄어 2023년 11조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정부 예상대로 재정 수준이 유지될지 알 수 없다. 고령화로 현재 전체 진료비의 40%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진료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되면 늘어날 의료수요도 예상이 쉽지 않다. 추계 모델이 다르긴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현재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유지하면 2026년 건강보험 재정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결국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보험료율 인상률을 지금의 3% 초반으로 유지하면 2026, 2027년쯤엔 보험료율이 법정 상한인 8%에 도달할 것이란 게 정부 예상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지출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65세 이상 환자가 진료받을 때 일정 금액만 부담하도록 하는 노인외래정액제 대상 연령은 70세로 높이고, 수가를 조정해 노인들의 불필요한 요양병원 장기입원을 막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간 비과세였던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 내년부터 보험료를 부과하고, 연 2000만원 이하 분리과세금융소득, 고소득 프리랜서 등 일용근로소득 등에도 점차 보험료를 매겨 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할 방침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지출 총량에 대한 관리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 교수도 “보장률을 높이면 예산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며 “건전성 방안을 마련했지만, 그와 관련한 성과목표가 이번 계획에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