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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험지 외면 않고 재선 도전… 野는 연고지서 ‘동분서주’ [뉴스 인사이드]

[총선 1년 앞으로… 비례대표 거취는] 與 박경미·이재정·제윤경·김현권 의원 / 보수색 강한 곳에서 지역위원장 맡아/ 당, 험지에 내보내 생존력 시험 의도 / 한국당 강효상·김규환, 텃밭 대구 공략 / 바른미래선 7명 지역위원장으로 뛰어 / 정의당 이정미 등 4명 지역구 ‘낙점’ / 지역 결정후 속내 감춘채 ‘눈치싸움’도

2020년 4월15일 예정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비례대표는 15.6%인 47명. 주요 정당 앞번호를 배정받아 국회에 입성한 의원은 지역구에서 ‘혈투’ 끝에 들어온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배지를 단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금지는 아니지만 주요 정당에서 의원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두 번 연속으로 주진 않는다. 간혹 당을 바꿔서 비례대표로 두 번 이상 배지를 단 의원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전 대표는 비례대표로만 5선을 지냈다. 현역 중에서는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이 18대는 통합민주당(현 민주당)에서, 20대는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에서 비례대표로 의원이 됐다.

 

12일 세계일보 국회팀이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47명을 대상으로 내년 총선 출마 여부 등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74%인 35명이 다음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답했다. 이 중 26명은 이미 지역을 정하고 출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출마’ 뜻을 확실하게 밝힌 의원은 자유한국당 유민봉·이종명·조훈현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 4명에 불과했다.

 

일부 의원은 “무응답”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며 답변을 거부했다. 평소 사석에서는 불출마 의사를 나타냈지만 취재라는 사실을 밝히자 대부분 “일단불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당에서 험지 출마를 권유하면 따라야 할 수도 있지 않겠나”고 털어놓은 의원도 적지 않았다. 19대 비례대표 의원 중에 20대 국회 때 지역구에 출마해 살아 돌아온 의원은 54명 중 5명에 불과할 정도로 ‘바늘구멍’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 중 4명은 ‘험지’에 지역위원장을 맡아 지난해부터 열심히 뛰고 있다. 박경미 의원은 서울 서초을, 이재정 의원은 경기 안양동안을, 제윤경 의원은 경남 사천·남해·하동, 김현권 의원은 경북 구미을 지역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다. 지역위원장은 아니지만 정춘숙 의원은 경기 용인병, 송옥주 의원은 경기 화성갑, 심기준 의원은 강원 원주갑에 각각 사무실을 열어 지역을 다지고 있다. 권미혁 의원도 경기 안양동안갑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례대표로 배지를 한 번 달았으니 현역 의원 신분으로 험지에 출마해 살아서 돌아오라는 뜻도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전북 정읍·고창 지역위원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설이 돌았던 이수혁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지방선거 때문에 잠시 맡은 것이었고 그 지역에 연고가 마땅히 없는데 더 좋은 분이 나타나 양보했다”며 “내년 총선에 대해서는 출마한다, 안 한다고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 지금은 외교안보에만 전념하겠다”고 설명했다. 불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성수·최운열 의원도 “지금으로선 다음 총선에 별다른 생각이 없지만, 비례대표로 들어와 4년 동안 당의 혜택을 입은 터라 총선 직전 당에서 ‘험지 출마’ 등을 요구받으면 따라야 할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의원 각자의 연고에 따라 대부분 지역을 정해 왕성하게 뛰고 있다.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들도 4명만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강효상 의원은 대구 달서병, 김규환 의원은 대구 동구을, 김승희 의원은 서울 양천갑, 윤종필 의원은 경기 성남분당갑에 터를 잡았다. 강효상 의원과 김규환 의원은 보수 텃밭인 대구에 자리 잡았지만 상대가 각각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여서 쉽지 않을 전투가 예상된다. 당협위원장은 아니지만 김순례·문진국·임이자 의원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역에서 표밭을 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출마 의사를 밝힌 유민봉·이종명·조훈현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은 출마 의사는 있지만 아직 지역구를 정하지 못했다. 유민봉 의원은 지난해 6월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박근혜정부에서 2년간 몸담은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미정’이라고 전한 한 의원은 “드러내고 움직이지는 않지만 출마하려는 지역 당원들을 조심스럽게 만나고 있다”며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여의치 않으면 다른 지역구로 나서야 해서 아직 공식화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음속으로는 지역을 정했으나 기존에 같은 당 소속 의원의 지역구여서 눈치싸움을 벌이는 의원도 있었다. 또 다른 의원은 “비례로 들어와 3년차 되니까 이제야 눈을 떴는데 지역구를 정해서 지역에 매여 있으면 전문성을 더 발휘하지 못할 것 같은 걱정이 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바른미래당은 가장 많은 7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삼화 의원은 서울 강남병, 김수민 의원은 충북 청주청원, 김중로 의원은 세종, 신용현 의원은 대전 유성을, 이동섭 의원은 경기 용인갑, 임재훈 의원은 경기 안양동안을, 최도자 의원은 전남 여수갑에서 뛰는 중이다.

다른 의원들은 출마는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지역구를 뚜렷하게 정하지 못했다. 바른미래당에는 일명 민주평화당 비례 3인방(박주현·장정숙·이상돈)이 있다. 이 중 이상돈 의원은 불출마 뜻을 밝혔지만 다른 두 의원은 당 상황에 따라 거취가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 총선 전 정계개편이 일어나면 한 번 더 비례대표에 욕심을 내는 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의원 4명 모두 일찌감치 지역구를 정해 주민들과 호흡하고 있다. 이정미 대표는 인천 연수을, 윤소하 원내대표는 전남 목포, 김종대 의원은 충북 청주상당, 추혜선 의원은 경기 안양동안을 지역을 낙점했다. 안양동안을은 한국당 심재철 의원 지역구인데 이대로 대진이 확정되면 민주당 이재정 의원까지 현역의원 4명이 경쟁하게 된다. 거대 양당에 비해 조직이 작은 편이고 인지도에서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보다 밀릴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정해서 현장을 누비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들어오자마자 다음 총선에서 목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해 주목받은 바 있다. 윤 의원은 18·19대 모두 목포에서 출마했지만 모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에게 졌다. 이후 정의당 당내 비례대표 경선에 나섰고 삼수 끝에 배지를 달아 현역 의원 신분으로 목포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형창·이창훈·안병수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