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결국 매각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자구 계획안을 채권단 측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그룹 측이 아시아나항공을 내놓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이번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 계획 수정안을 의결합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인데요.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 연간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자구계획안 채권단이 거부…아시아나항공 매각 초읽기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0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을 비롯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해 지원 자금 상환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다시 제출했습니다.
그룹은 자구계획에 따른 경영정상화가 3년 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팔겠다고 했는데요.
재무구조개선 약정서(MOU)를 체결하고, 3년 간의 경영정상화 기간 동안 이행 여부를 평가받는 방안도 제시한 것입니다.
부여된 목표 달성기준에 미달할 경우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M&A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주주와 금호산업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협조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는데요.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산은 측은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시간 끌기용'일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미흡했다고 봤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박 전 회장이 복귀하지 않아도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경영한다면 지금과 무엇이 다르냐"며 "채권단 지원은 대주주 재기가 아닌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사실상 오너가가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함께 매각시 그룹 전체 매출서 70%이상 빠져…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들 수도
그간 시장에선 박 전 회장과 박 사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이 전부지만, 이마저도 2015년 산은의 금호타이어 지원 때 이들의 지분 중 42.7%는 담보로 잡혀 자체적인 유동성 문제 해결 방법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이 자구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결국 다시 재논의에 돌입하고, 11일부터 채권단과의 재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향후 금호산업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하면,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 수순은 불가피하게 됩니다.
그룹 측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 매각 의사를 공표하면 매각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채권단의 자금 수혈로 그룹은 남은 계열사들의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아시아나항공과 운명을 같이 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중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인 만큼,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에어서울도 함께 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습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까지 함께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매출에서 70% 이상이 빠질 수 있는데요.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항공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고, 국내 굴지의 대형 항공사와 LCC 2곳을 한꺼번에 품을 새 경쟁자가 등장하며 항공업계의 판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