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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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반려견 호텔·카페 미등록 업체 활개

시설 안갖추고 영업… 부주의 사고 빈발 / 적발돼도 ‘벌금형’ 단속 실효성 떨어져
반려견 ‘땅굴이’가 A업체 출입문 근처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화면. 이광식씨 제공

“땅굴이가 안 보이네요.”

지난 3일 이광식씨는 제주시 구좌읍에서 반려견 카페·호텔을 겸업하는 A업체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았다. 이씨는 이틀 전 휴가를 가게 되면서 반려견 ‘땅굴이’를 이 업체에 맡긴 터였다. 사라진 땅굴이의 흔적을 찾은 건 왕복 4차선 도로에 면한 A업체의 출입문 부근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영상에서였다.

출입문 근처를 서성이던 땅굴이는 문틈 사이로 몸을 빼 도로로 빠져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마침 그날은 땅굴이가 태어난 지 1년 되는 날이었다. 이씨는 “땅굴이가 사고가 나고 읍사무소 직원이 나와 사체를 수습할 때까지 A업체 직원이 땅굴이를 단 한 번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알고 보니 이 업체는 불법으로 호텔 영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업체는 다른 반려견 입양 중개나 현금 지급 방식으로 보상을 제안했지만 이씨는 거절했다. A업체 대표는 “(반려견이) 밖으로 나간 것은 알았지만 사고가 있었다는 건 몰랐다”며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 부주의에 의한 사고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반려견호텔, 펫시터(반려동물을 돌보는 업체), 반려견유치원 등 동물위탁관리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법망을 벗어나 영업하는 미등록 업체에 반려동물을 맡겼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정부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난해 동물보호법을 개정했지만, 아직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게 동물권단체의 지적이다.

 

17일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동물위탁관리업체는 총 2935곳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견호텔 등 위탁관리업체는 법이 정한 시설·인력기준을 갖추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미등록 업체가 법망을 벗어나 영업하는 경우는 여전히 잦은 게 현실이다.

 

적발돼도 벌금이 최대 500만원에 그친다. A업체도 반려동물카페를 포함하는 동물전시업으로만 등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 경남 김해의 한 반려동물위탁업체에서도 반려견 10여마리가 사체로 발견됐다. 해당 업체도 전시업 등록만 마친 위탁관리업체였다. 당시 업체를 고발한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원래 반려견카페로 시작했다가 지난해 초부터 슬그머니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위탁관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미등록 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조만간 지자체와 협조해 미등록 업체에 대한 일제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