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공시가격 더 올려라" 형평성 논란 활활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서울 용산·마포구 등 일부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한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이 표준 단독주택 보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국은 일단 이들 오류의 대부분이 단순 기준 설정·계산 실수에 따른 것으로 고의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지자체가 공시가 급등에 반발하는 민심을 의식해 '상승률 하향 조정'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공시가격 인상률 오류…당국 "단순 실수일 뿐 고의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이후 진행한 지자체 개별주택 공시가격 검증 결과를 이달 17일 발표했습니다.

 

1월 말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이 산정해 발표한 새 표준주택 공시가를 근거로 이후 지자체가 나머지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를 조정했지만, 일부 주택의 경우 인상률이 표준주택과 비교해 크게 낮다는 지적에 따라 조사를 벌인 결과입니다.

 

지자체가 전권을 가진 개별주택 공시가격에 대해 중앙정부가 정밀 조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국토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강남구, 종로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 서대문구, 마포구, 동작구 등 서울특별시 8개 자치구의 경우 표준-개별주택 공시가 변동률 차이가 3%포인트를 웃돌았습니다.

 

예년 격차가 최대 2%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그만큼 올해 이 지역 개별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표준주택 공시가 상승률보다 뚜렷하게 낮다는 뜻입니다.

 

8개 구 가운데 표준-개별주택 공시가 변동률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용산구(7.65%포인트)였고, 이어 △마포구(6.81%포인트) △강남구(6.11%포인트) △성동구(5.55%포인트) △중구(5.39%포인트) △서대문구(3.62%포인트) △동작구(3.52%포인트) △종로구(3.03%포인트) 순이었습니다.

 

이들 8개 구 9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지자체의 개별주택 공시가 산정 과정과 감정원 검증 과정·결과를 더 들여다본 결과, 개별주택 456가구에서 공시가격 산정·검증 과정의 오류가 발견됐는데요.

 

오류율은 0.5%에 불과했지만 고가 주택이 대부분이어서 오류 편차가 커졌습니다.

 

실제 이들 가구 상당수는 기존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는 고가 주택이었고,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정상적으로 산정이 이뤄졌다면 공시가격이 더 올라야 하는 경우였습니다.

 

주요 오류 유형은 △표준주택 선정 오류 △개별주택 특성 입력 오류, 임의 변경 △산정된 공시가 임의 수정 등이었습니다.

 

강남구의 한 개별주택 공시가격(25억3000만원)은 특성이 비슷한 표준주택 A(올해 공시가격 18억1000만원) 대신 200m 더 멀고 시세 차이도 큰 다른 표준주택 B(올해 공시가격 15억9000만원)를 기준으로 매겨졌는데요.

 

이런 엉뚱한 표준주택 선정에 따른 오류가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습니다.

 

◆기존 공시제도 근본적인 개선 촉구하는 목소리 커져

 

당국은 고의성 여부에 대해 "지자체에 표준주택을 선택할 재량 권한이 있지만, 객관적으로 봐서 너무 심하게 엉뚱한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삼은 사례 등을 지적했다"며 "지자체 공무원들이 고의로 가격을 낮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는 발견된 오류를 감정원과 지자체간 협의를 거쳐 재검토하고, 각 구에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통해 공시가를 바로잡도록 요청했습니다.

 

'요청' 형식을 취한 것은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 작업이 지자체의 고유 권한인만큼, 당국이 직접 공시가격을 바꾸거나 지자체에 수정을 '지시'할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감정원에 대해서는 왜 검증 과정에서 이런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는지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 8개 구 외 나머지 17개 구의 경우 표준-개별주택 공시가격 평균 변동률 격차가 크지 않아 이번 정밀 조사 대상에서 빠졌지만, 전산 시스템 분석 등을 통해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향후 지자체에 통보하고 재검토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당국은 개별주택 공시가격 오류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자체의 개별주택 산정·감정원 검증지원 프로그램 개선을 포함한 대책도 추진할 방침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존 공시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회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과 관련 총 7건의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 발의되어 있는데요.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부동산 공시가격 세부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가격정보 투명공개법’을 발의했다.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의 개정안에는 국토부 장관이 표준지 공시지가를 조사·평가할 때 전년 대비 변동률, 인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특수성·예측가능성 등 제반 사항을 의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았습니다.

 

같은 당 김현아 의원은 실거래가 반영률 공개를 의무화하고 토지·주택·비거주용부동산별로 국민 합의를 통해 현실화율을 설정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박덕흠 의원은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평가를 의뢰받은 감정평가업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개정안에 담았습니다.

 

◆文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국민들이 납득하려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국민들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등 정책을 납득하려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 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거나 공시가격 결정 시스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공시가격을 단계별로 현실화하고 균등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정부는 로드맵을 수립한 뒤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한 다음 공시가격을 정책적으로보다 제도적 틀 안에서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올해처럼 고가 부동산을 골라 집중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린 방식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와 같이 표준단독의 경우 공시가 9억원(시가 15억원) 이상 주택을 매우 높은 상승률로 올리는 식으로 가격을 산정한 것은 개별주택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8억5000만원짜리 집은 10%도 오르지 않는데 9억5000만원짜리 집은 50% 오르는 식이라면, 인근 표준주택에 따라 가격 수준이 결정되는 개별단독은 어느 표준주택 근처에 있느냐에 따라 상승률이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 집단이 주축이 돼 부동산 가격공시를 하고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어떤 근거로 가격이 산정됐는지 상세히 설명하는 자료를 제공한다"며 "납세자 권리 보장 측면에서도 공시가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국민들에게 최대한 설명해줘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