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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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이 몰고 올 거대한 파고,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직장인 88.3% "인구절벽 현상,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 / 10명 중 6명 "인구절벽 현상으로 경제적 상황 더 어려워질 것 같다" / 세대갈등 더 심각해지고, 연금제도 둘러싼 갈등도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 / 현재 교육 제도·과정 크게 바뀔 것이라는 예상도 절반 이상에 달해

이제 만성적이라 할 수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생산활동인구가 급감하는 '인구절벽'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인구절벽 현상은 사회 전반에 걸쳐 매우 중차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무엇보다 만 15∼64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해 개인의 부양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이러한 부양의무는 청년세대 몫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정작 본인들은 복지정책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다 보니 그로 인한 ‘세대갈등’이 확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반면 노년세대의 경우 길어진 수명으로 인해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고민이 깊지만, 이렇다 할 노후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불안감만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렇듯 인구절벽 현상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내 일’ 처럼 고민해야만 하는 중대한 사회문제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사회가 이런 변화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인구절벽 현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인구절벽’ 현상이 부쩍 중요하게 다뤄지면서 용어 인지도(17년 70.9%→19년 76.7%)와 이해도(17년 34%→19년 38.4%) 모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구절벽 현상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제활동이 가능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감하는 것을 일컫는 인구절벽 현상이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전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먼저 직장인 76.7%가 ‘인구절벽’이라는 용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17년 조사에 비해 인구절벽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17년 70.9%→19년 76.7%) 것으로, 사회전반적으로 인구절벽이라는 용어가 보다 많이 언급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인구절벽에 대한 자세한 내용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17년 34%→19년 38.4%)도 많아졌는데, 특히 30대(44%)의 이해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처럼 인구절벽이 많이 회자되고 있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사실은 그만큼 인구절벽 문제가 우리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명 중 9명 "인구절벽 현상,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

 

인구절벽 현상은 사회전반적으로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의 문제를 많이 야기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88.3%가 인구절벽 현상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성별(남성 87.8%, 여성 88.8%)과 연령(20대 85.6%, 30대 87.2%, 40대 89.2%, 50대 91.2%)에 관계 없이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인식은 2017년 조사(88.6%)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그만큼 인구절벽 문제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반면 인구절벽 현상이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은 단 5.6%에 그쳤는데요.

 

인구절벽 현상을 긍정적인 변화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취업인구의 감소로 인해 취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39.3%, 중복응답)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복지정책이 확대될 것 같고(30.4%), 집값이 떨어져 주거비용이 낮아질 것 같다(26.8%)는 기대감을 함께 내비쳤습니다.

 

이에 반해 인구절벽 현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국가의 생산성이 낮아질 것(65.7%, 중복응답)이라는 우려를 가장 많이 표시했는데요.

 

1인당 부담해야 할 세수가 많아지고(57.2%), 복지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55.8%)는 걱정도 많이 하는 모습이었으며, 세금이 올라갈 수 있고(44.8%), 국가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44.7%)는 우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인구절벽 현상이 자신의 삶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은 지금까지는 내 생활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지만, 앞으로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 같다(48.7%)는 것으로, 연령이 낮을수록(20대 52.4%, 30대 49.2%, 40대 48.8%, 50대 44.4%) 이런 생각을 좀 더 많이 내비쳤는데요.

 

10명 중 4명 이상은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바라봤는데, 그 영향력이 사회 전 분야에 미칠 것이라는 의견(23.3%)과 어디까지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의견(18.5%)으로 나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다소간의 온도 차이는 존재하지만 인구절벽 현상이 자신의 삶은 물론 사회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이 큰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인구절벽 가속화, 수입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 높아질 수도

 

인구절벽 현상이 사회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직장인 10명 중 6명(61.8%)은 인구절벽 현상으로 인해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 현상이 뚜렷해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더 많은 부양 의무가 지워질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성별(남성 61.6%, 여성 62%)과 연령(20대 62%, 30대 61.6%, 40대 59.6%, 50대 64%)에 관계 없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는 공통적이었습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세금 증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전체 응답자의 84.3%가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입 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 같다고 전망한 것입니다.

 

인구절벽 현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부양 의무가 결국 세금 증가라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역시 모든 세대(20대 80.8%, 30대 83.2%, 40대 84.8%, 50대 88.4%)가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향후 세금 문제에 대한 관심이 현재보다 높아질 것 같고(85%), 세금정책에 대한 불신은 지금보다 더 강해지게 될 것 같다(77.3%)고 말하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인구절벽 현상은 고령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다양한 정책들이 인구비중이 높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응답자 73.9%가 노인을 위한 복지가 늘어날 것 같다고 바라본 것입니다.

 

그에 비해 젊은 부부나 젊은 세대를 위한 복지정책이 늘어나고(48.6%),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가 꾸준히 늘어날 것 같다(46.8%)는 의견은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앞으로 노년층의 인구비중이 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미래세대를 위한 복지정책 및 투자보다는 고령층을 위한 정책에 훨씬 많은 신경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보였는데요.

 

이런 전망은 인구절벽 현상으로 인해 향후 노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는 예상(62.8%)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노년층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라도 노년층을 위한 복지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인식이 뚜렷한 것입니다. 반면 젊은 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25.6%)은 매우 적었습니다.

 

◆10명 중 8명 "노년 세대 vs 젊은 세대 갈등 더 심각해질 것"

 

이렇듯 인구절벽 현상은 젊은 세대에게는 더 많은 세금과 부양의무를 요구하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펼치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요. 이로 인해 세대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10명 중 8명(79%)이 노년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세대갈등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이런 우려는 비슷했습니다.

 

지금도 일자리와 복지정책 등의 문제로 격화되고 있는 세대갈등이 인구절벽 현상이 본격화되면 더욱 첨예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연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했는데요. 직장인의 86%가 각종 연금제도에 대한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연금수급자가 많아지게 되면 자신이 납부한 만큼 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직까진 일자리 문제에 끼칠 영향력에 대해서는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3명 중 1명(32.3%)만이 현재 자신의 직업이 미래 인구절벽 현상으로 쓸모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을 뿐인데요. 인구절벽 현상이 4차산업 혁명 등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직업의 양상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청년 일자리 증가? '글쎄'

 

전문가들은 인구감소가 중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정 시점에 총인구 증가세가 멈출 것이고, 65세 이상 노년층이나 여성 취업을 늘리고 자동화 및 인공지능(AI) 공정 등을 확대하는 등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그래도 부족한 영역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결국 외국인 노동력에 의지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경기가 살아나면 외국인이 많이 국내로 들어올 것이고 경제가 좋지 않으면 국내 외국인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인구 구조 및 인구 이동에 미치는 변수가 많아 단편적인 예측을 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출산, 고령화를 동반한 인구감소가 노동 공급 외 측면에서도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1955년~1963년도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 본격적인 은퇴는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본격적인 은퇴로 소비 시장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으며, 수요·소비가 위축하고 투자도 안정을 지향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와 청년의 경우 구직시장이 다르게 형성,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청년 일자리 상황 개선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