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5일 선거제·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법·검경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 상정을 두고 강 대 강으로 맞붙었다. 자유한국당은 회의 진행을 막기 위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보임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5시간 넘게 감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청과 의원실 곳곳을 점거한 한국당의 불법행위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할 것을 독려하는 등 양당은 패스트트랙 상정과 저지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저녁부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열리는 본청 445호와 245호 의원실 앞에 각각 20여명의 의원들을 배치했다. 정개특위는 선거제 개정안, 사개특위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담당하는 특별위원회다. 소속 위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패스트트랙 상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한국당은 여야 4당보다 열세인 인원을 극복하고자 물리력 동원에 나섰다.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들은 회의장 문 앞에 의자를 펼쳐놓고 농성을 벌였다. 일부 당직자들은 면서 패스트트랙 상정을 위한 회의 개최를 막고자 회의장으로 통하는 복도를 통제하고 회의장 문을 테이프로 막았다.
이날 바른미래당 몫의 사개특위 위원으로 보임된 채이배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실을 점거하는 바람에 5시간 동안 사무실 방을 나가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채 의원은 의원실 창문으로 기자들을 향해 “한국당 의원들이 오셔서 못 나가게 막고 있다”며 “창문을 뜯어서라도 탈출하겠다”고 소리쳤다.
한국당이 회의장 농성을 이어가자 더불어민주당은 물리적 충돌까지 대비해 의원 비상대기령을 내리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민주당 당직자들은 회의장 앞을 점거한 한국당 의원들을 촬영하다가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국당 보좌진협의회는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유포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초상권 침해행위를 체증해 한보협으로 반드시 신고해주기 바란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