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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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불편하지만 못할 건 없어요”… 가천대 길병원 ‘가천누리’ 주목

올해로 개소 5년차를 맞은 가천대 길병원의 장애인 자회사 ‘가천누리’에서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길병원 제공

“몸은 다소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못할 건 전혀 없어요. 내 업무에 대한 열정은 일반인과 비교해도 누구보다 강합니다.”

 

올해 개소 5년차를 맞은 가천대 길병원이 운영 중인 장애인 자회사 ‘가천누리’가 지속가능한 안정적 일자리창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직원 모두가 장애인에, 상당수 중증의 불편함을 가졌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14년 12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가천누리 직원들은 병원 환자들로부터 받은 각종 동의서, 약정서 등 의무기록물을 스캔해 디지털 영상화한다. 초기에 21명이던 구성원은 올해 4월 현재 35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근무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천누리 한문덕 대표이사는 “판매량이나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정확하고 꼼꼼한 능력이 요구되는데 장애인 직원들의 집중력은 매우 높고 효율도 뛰어나다”고 전했다.

 

가천누리는 ‘가천과 함께 하는 세상’이란 의미를 지닌다. ‘일자리가 곧 복지이자 상생’이란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병원 업무가 전산화되기 전 종이로 기록된 의무기록지들은 병원 창고에 쌓인 애물단지였다. 더욱이 ‘병원에서 장애인들이 맡을 수 있는 일이 있을까’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런 편견들은 지난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사실상 전부 해소됐다.  

 

가천누리는 맞춤형 근무형태와 직원간 단합 등으로 장애인 자회사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장애인 직원의 신체적, 건강상의 이유 등을 고려해 전일, 오전, 오후 근무를 탄력적으로 실시 중이다. 아울러 병원 이용 시 진료비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직장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직원 가운데 9명은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근속하고 있다. 이외 가천대 길병원 자회사 직원이 누릴 수 있는 복지혜택도 그대로 적용받는다.

 

직원들은 공통적으로 “일하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얼마 전 열린 장애인 퀴즈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당당한 사회인으로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양우 가천대 길병원장은 “가천누리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편견을 없앤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민간에서 더 많은 기업들이 고용창출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장애인 고용률은 30% 중반대로 유지되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더 낮은 20% 수준이다. 정부는 장애인 고용률 향상 차원에서 다수 기업들에 이들의 취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의무고용률은 공공과 민간부문이 각각 3.2%, 2.9% 등으로 매우 저조하다. 또 바늘구멍을 뚫고 채용이 되더라도, 여러 사유로 중도 퇴사하기도 한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