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무자막 버전인데 캠(휴대용카메라) 버전치고는 화질 좋습니다.”
개봉 전 국내 예매관객 200만명가량, 예매율 약 98%.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엔드게임)이 개봉 나흘 만에 인터넷에 유출됐다.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1’을 시작으로 11년간 이어진 어벤져스 시리즈의 끝을 맺는 만큼 개봉 전 스포일러(Spoiler)를 막기 위해 ‘Remember, Thanos Still Demands Your Silence’(기억하세요. 타노스는 여전히 당신의 침묵을 요구합니다)란 캠페인이 유행했지만 국내 불법 복제물 유출은 막을 수 없었다.
28일 국내 파일 공유 사이트에는 중국발로 추측되는 엔드게임 유출본이 올라와 있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24일 개봉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3시간이 넘는 전체 영상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유출본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원작과 유사하지만 제목 일부를 변경한 ‘마지막 게임’, ‘앤뜨게임’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상에 공유됐다.
해당 영상의 스크린 캡처를 보면 중국 영화관에 상영된 영화를 휴대용 카메라로 몰래 찍은 듯 중국 자막이 달렸고 화질은 생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네티즌은 “감사하다”며 불법영상을 다운로드했고, 영상은 한때 해당 파일 공유 사이트의 다운로드 1위에 오를 정도로 네티즌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번 엔드게임 사례가 보여주듯 국내 불법 복제물 시장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불법 복제물 유통시장 규모는 3792억3300만원이다. 2016년(4228억7400만원)을 제외하고 2012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2017년 기준 영화의 불법 복제물 시장 규모는 397억8300만원이었다. 이외에도 △음악 1492억5300만원 △출판물 1410억1900만원 △방송 273억3300만원 △게임 218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불법 복제물 시장이 4000억원대를 유지하다 보니 단속에 걸려 처벌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2004년에 개설된 한 파일 공유 단속 대책 토론 커뮤니티는 회원 수만 15만1700여명이다. 네티즌들은 커뮤니티를 방문해 반성문 파일공유 사이트 탈퇴 사진 제출 등 낮은 처벌을 받기 위한 노하우 등을 공유했다.
단속도 강화되는 추세다. 현행법에 따르면 저작권법 위반 사범은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 등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불법 웹툰 공유로 물의를 빚은 해적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 허모(44)씨는 네이버웹툰·레진코믹스 등 웹툰 전문 업체에 총 20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허씨는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도 기소돼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이란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지난 3월을 대학교재 불법 복제행위 집중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권역별로 단속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창과방패 이민 변호사는 “시대적으로 창작물이 중요해지면서 저작권법 단속과 처벌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엔드게임 영화처럼 원작을 재촬영한 복제물을 유통해도 처벌받는다”고 설명했다. 장윤미 변호사도 “저작권법 위반 시 처벌수위는 불법복제로 회사에 미치는 피해 등으로 계산된다”며 “최근 개봉한 영화의 경우 실제 관객 수를 떨어뜨리는 만큼 처벌수위가 높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