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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엉뚱한 계좌로 송금했네”… 피해자 절반 돌려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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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증가하는 착오 송금 / 2017년 반환청구 9만건… 4년새 2배 ↑ /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늘어난 탓 / 수취인 거부·압류계좌 송금땐 못 찾아

충남 공주에서 작은 건설 회사를 운영하는 이모(55)씨는 최근 억울함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1월17일 직원의 실수로 ‘○○○○건설’에 보내야 할 거래대금 4400만원을 오래전 거래처이자 앞의 네 글자가 같은 ‘○○○○산업’에 잘못 보낸 것. 이씨는 “이튿날 바로 송금 실수를 알고서 돈을 송금한 H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은행 측이 거절하더라. 보이스 피싱 같은 사기 피해가 아닌 한 지급정지가 불가능하고,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로 인해 수취인 정보도 줄 수 없다면서 방도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수소문 끝에 ○○○○산업 직원과 연락이 닿았다. 그러나 그 회사는 이미 오래전 부도가 났고, 대표는 해외 도피 중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씨 측이 송금한 계좌는 압류에 걸려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씨는 법률자문을 받아 해당 통장을 가압류해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해당 회사 대표가 도피 중이라 소장은 ‘송달 불능’ ‘수취인 불명’ 등으로 수취인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제1 채권자인 은행이 적법 절차에 따라 인출해 갔기 때문에 이씨의 4400만원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게 법률자문 결과였다.

 

이씨는 “아무리 은행이 제1 채권자라고 해도 그 돈이 해당 회사 대표의 돈이 아니라 착오송금 된 돈인데 인출해가는 것은 눈 뜨고 코 베어가는 도둑놈 심보 아닌가”라면서 “우리 같은 작은 회사는 4400만원에도 휘청거린다. 4400만원의 이익을 내려면 10억 매출을 올려도 힘들다. 내가 떼돈 벌자고 이러는 게 아니다. 직원들 월급이라도 줄 수 있게 도와 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놓인 이씨가 마지막으로 택한 것은 청와대 국민청원. 이씨는 ‘악법도 법? 이게 정의인가? 피눈물 나는 돈을 돌려주시오’라는 글을 올렸고, 250여명이 이씨 글에 동의했다. 이씨는 “압류 안 된 통장의 착오송금 돈을 인출해 쓰면 횡령죄라더라. 근데 압류 통장은 착오송금이라도 채권자 돈이 되는 게 과연 정의로운 법이란 말인가”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사례를 찾아보니 전셋값을 날린 사람도 있더라. 저 같은 피해자가 또다시 나오지 않도록 착오송금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해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면 거래 증가로 착오송금도 늘어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 간편송금 등으로 돈을 보내본 사람이라면 항상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한 적이 있을 것이다. 계좌번호 한 자리를 틀리거나 보내야 할 은행을 다르게 입력하는 실수가 흔하다. 송금인의 실수 등으로 송금액이나 수취 금융기관, 수취인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되어 이체된 것을 금융권에서는 ‘착오송금’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은 송금 확정 전에 실수를 인지해 다시 송금되는 불상사를 막긴 하지만, 착오송금은 생각보다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 실수다.

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착오송금 거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 통계를 보면 2013년 5만9958건이던 착오송금 반환청구 건수는 2017년 9만2469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3∼2017년 최근 5년간 평균만 따져도 7만779건에 금액은 1925억4000만원에 달한다.

 

착오송금이 증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 등의 비대면 송금거래가 대다수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 2011∼2015년 송금거래 총 건수는 12억건이 늘었는데, 그중 인터넷·모바일 뱅킹 비중이 9억건(75%)을 차지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중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현황’에 따르면 일평균 인터넷뱅킹 이용실적은 1억1897만건, 52조1557억원에 달하며 모바일뱅킹 거래도 일평균 7462만건, 5조3435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핀테크의 발전에 따른 간편송금 서비스의 등장은 한층 강화된 편의성만큼 착오송금 가능성도 높였다. 2016년만 해도 일평균 송금건수 15만3000건, 송금액 71억5000만원에 불과했던 간편송금 서비스는 지난해엔 140만6000건, 1045억5000만원으로 성장세가 어마어마하다. 간편송금 서비스에 위협을 느낀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뱅킹 송금 과정을 간소화하는 추세라서 착오송금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 윤민섭 연구원은 “금융위원회 자료는 시중 은행에 제기된 반환청구 건수 및 금액일 뿐이다.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간평송금 서비스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착오송금 건수 및 피해금액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착오송금 되찾기가 쉽지 않다

착오송금을 하게 되면 은행에 연락을 취하면 쉽게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2013∼2017년 5년간의 평균 미반환 건수는 3만8050건, 금액은 881억6000만원에 달한다. 미반환율은 53.8%로 착오송금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돈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거나 휴면계정 또는 연락처 변경 등 원인으로 수취인과 연락이 닿지 않기 때문. 이씨 사례처럼 수취계좌가 압류계좌라 예금자가 임의 반환하기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나날이 늘어가는 착오송금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 착오송금 피해구제를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 의사를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은 1000만원 미만의 착오 송금거래 자금회수와 관련해 전문성이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송금인에게 잘못 보낸 금액의 일부를 먼저 지급하고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매입해 수취인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대신 진행한다는 것이다.

임정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착오송금일로부터의 1년 이내, 5만∼1000만원의 착오송금액만 대상으로만 구제해 줘도 연간 착오송금 발생건수 대비 약 82%, 금액 대비 약 34%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착오송금 구제 사업이 꼭 착오송금 피해자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은행으로서도 민원이 크게 줄게 되고 금융거래 신뢰성도 높아진다.

이세훈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소송 등의 기존 수단 외에 예보를 통한 실효적인 구제 수단이 마련됨에 따라 금융거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며 “예금자 보호와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예금자보호법의 취지에도 부합해 법체계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개인실수’라는 반론 등 넘어야 할 산도

착오송금 구제로 피해자와 사회 전체의 공공선 실현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개인의 실수로 발생하는 착오송금을 국가가 나서서 구제하는 게 바람직한 일이냐’는 것이다.

법무법인 지평의 심희정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착오송금을 주제로 열린 은행법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착오송금은 기본적으로 송금인의 과실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의 관계로, 송금인과 수취인은 사법적 법률관계다. 이러한 사법적 법률관계에 정부나 공공기관이 함부로 개입하는 것은 자기책임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를 야기해 사회 전체적인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을 예보로 넘기는 게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인지, 자칫 금융회사나 정부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회의와 우려도 있다. 김홍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보가 송금자 착오송금액의 80%를 보전해 주고 채권을 얻는데, 착오송금액이 100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현재의 평균 회수율(49%)을 적용하면 49억원만 회수하고 31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자칫 금융회사 출연금이나 정부 재원이 부당하게 많이 들어가게 된다”면서 “개인의 실수에 국민 세금이 투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착오송금 수취인의 정보 제출권을 예보에 주는 게 적절한지도 논란거리다.

반론에 대한 재반론도 있다. 임정하 교수는 “개인 실수에서 비롯됐더라도 금융구조적인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 및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저감의 필요가 있다”면서 “착오송금 관련 현행 법리는 모든 부담을 송금인에게 맡기는 것인데, 착오송금액이 소액일수록 소송비용 등을 감안할 때 서민이 대응하기 쉽지 않다. 서민금융 확대의 개념에는 피해 구제 방안 확대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사적 구제수단 활성화를 위해 부권소송의 도입이 고려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부권소송이란 보호자로서 국가의 의미를 강조하는 소송으로, 미국에서는 주정부가 피해를 본 시민을 대신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형태로 부권소송이 발전해 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