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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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패스트트랙 무효' 외치며 5명 삭발 단행

선거제를 비롯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자유한국당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 성일종, 김태흠, 이장우, 윤영석 의원(왼쪽부터)이 2일 국회 본관 앞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나머지 여야 4당의 선거제를 비롯한 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집단 삭발식을 2일 거행했다.

 

지난달 30일 박대출 의원이 스스로 머리를 민 데 이어 김태흠·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천안병 당협위원장) 등 5명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 의자를 놓고 앉아 삭발에 동참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삭발식에서 “좌파독재, 폭주, 폭정으로 무너져 내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결연한 각오 속에서 진행된 행사”라며 “한국당의 삭발식은 폭주하는 거대 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비폭력 저항을 상징한다”고 삭발식의 취지를 설명했다.

 

애초 한국당은 내부 공지를 통해 10명의 현직 의원이 삭발하고, 추가로 정갑윤 전 국회 부의장 등이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날 삭발에 참여한 현직 의원은 4명이었다.

 

이와 관련 전 대변인은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과 지역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한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천안병 당협위원장), 성일종, 김태흠, 이장우, 윤영석 의원. 연합뉴스

 

김태흠 의원 등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흰색 셔츠 차림으로 삭발에 임했고, 10분가량 삭발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당 당원·지지자 50여명은 애국가를 합창했다.

 

의원들 뒤에 있던 50여명의 당원 및 지지자들은 삭발에 나서는 정치인이 소개될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삭발식을 주관한 김태흠 의원실은 전날 ‘여성당원 20명 참여 독려’라고 공지했으나 실제 이날 현장에는 30여명이 참석해 남성보다 많았다.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철회를 위한 삭발식을 거행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대출, 윤영석, 이장우, 김태흠, 성일종 의원,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천안병 당협위원장). 뉴시스

 

박 의원은 삭발을 준비하는 의원들과 포옹을 나눴고, 전 대변인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애국가를 부르자”고 제안해 당직자, 당원들과 함께 4절까지 2차례 불렀다.

 

삭발을 마친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와 여야 4당을 강력하게 규탄했으며, 공식행사가 끝난 뒤 지난 2·27 전당대회에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던 김준교씨도 삭발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경부선 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일 서울역에서 승강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반(反) 헌법 패스트트랙 7일간 저지투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삭발식과 관련해 “개인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며 “이제 당 차원의 서명운동도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투쟁을 선포한 황교안 대표는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과 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이동해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를 진행한다.

 

한편 국회의원의 집단 삭발식은 지난 2013년 11월 정부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반발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5명이 진행한 뒤 5년 반 만의 일이다.

 

앞서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계획 수정에 항의해 자유선진당 소속 충청권 의원 5명, 2007년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의원 3명,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반발한 설훈 민주당 의원 등의 삭발이 있었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