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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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오르는데 유류세 높여…정부 '엇박자 유가정책'

7일부터 인하폭 7%로 축소 / 휘발유 리터당 65원·경유 46원 ↑ / LPG값도 16원 올라 부담 가중 / 전국 휘발유값 11주 연속 상승 / 평균 가격도 1500원대 오를 듯 / 국제유가 하락 땐 유류세 인하 / “정책 엇박자, 서민만 고통” 지적

7일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15%에서 7%로 축소된다. 휘발유는 L당 65원, 경유는 46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16원씩 가격이 오르게 된다.

정부가 6일까지 예정된 유류세 탄력세율 15% 인하 조치를 오는 8월31일까지 약 4개월 연장하는 대신 인하폭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정작 기름값이 떨어질 때는 유류세를 내리고 반대로 상승하는 시기에 유류세를 높이는 ‘엇박자 정책’을 편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7일부터 오는 8월31일까지 휘발유, 경유, LPG부탄에 부과하는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15%에서 7%로 축소한다. 6일까지 휘발유가 L당 123원, 경유는 L당 87원, LPG부탄은 L당 30원(VAT 포함)이었던 인하폭이 7일부터 휘발유 가격은 L당 58원, 경유는 L당 41원, LPG부탄은 L당 14원으로 인하폭이 줄어든다. 유류세 인하 연장으로 앞으로 4개월간 약 6000억원의 유류세 부담 경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축소로 전국 휘발유 가격은 당장 1500원대 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이달 첫째주 전주보다 L당 15.7원 오른 1553.3원으로 집계된 만큼, 1600원대로 뛸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5월 첫째주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L당 평균 19.0원 오른 1460.0으로 11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첫째 주 1481.0원 이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달 미국이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의 한시적 예외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월 둘째 주 1342.71원을 바닥으로 반등하기 시작해 11주 연속 상승 중이다.

“기름값 오르기 전에”… 주유소로 몰려든 차량들 유류세 인하폭 축소로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각각 L당 65원, 46원 오를 예정인 가운데 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 앞에 가격 인상 전 주유하려는 차량들이 줄 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정부가 유류세 15% 인하를 지난해 11월6일부터 실시했는데 연말부터 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유류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반등한 셈이다.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내리는 시기에 유류세를 인하하고, 기름값이 오를 때는 유류세를 올리는 상황이 되면서 정부가 정책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류세 인하가 고소득층에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 속에도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 카드를 빼들었지만 체면을 구긴 셈이다.

정부는 9월1일부터 유류세는 원래대로 환원한다는 계획이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유류세 인하폭 단계적 환원 브리핑에서 “9월1일 0시를 기점으로 유류세 전체 환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들어서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과 셰일오일 공급, 국제경제 성장세 둔화 등 수급 요인으로 유가가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