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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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3기 신도시 ‘수도권 집값 안정에 도움’ vs ‘공급과잉 우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방안’의 3차 신규택지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차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계획에 따른 입지를 모두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오는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분양이 시작됨에 따라 주택시장 안정에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천 검단 신도시, 경기 파주 운정3 지구 등 2기 신도시의 분양도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이 좋은 곳에 신규 공급이 이뤄지면서 미분양 발생 등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7일 “이번 정부 발표는 수도권, 특히 서울 집값의 안정을 위해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3기 신도시 후보지인 경기 고양과 부천은 1기 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앞서 발표한 경기 과천과 하남, 남양주 신도시와 함께 서울의 주택수요 분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고양 창릉은 서울 접경과 1㎞ 이내로 강북의 주택 수요를, 서울과 거의 붙어 있는 부천 대장은 서남부의 주택 수요를 각각 분산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정부가 사실상 ‘집 사지 말고 신규 분양을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라며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자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3차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고양 창릉 지구의 교통대책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그러나 30만가구가 한꺼번에 쏟아짐에 따라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기 신도시보다 입지 여건이 떨어지는 인천 검단과 파주 운정3, 화성 동탄2, 김포 한강 등 2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 미분양과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장 인천 검단 신도시에서 올해 1만2000여가구의 공급을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은 분양 성적이 더욱 악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잇단 신도시 발표 계획으로 투자 수요가 한풀 꺾인 상황이었는데, 수도권 서부쪽에 추가 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돼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고양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고양 원흥·삼송지구에 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는데 또다시 신도시를 짓는다고 하니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특히 서울로 진입하는 도로 교통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몇몇 전문가들은 탄력적 공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주현 건국대 명예교수는 “재개발과 재건축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용도규제 완화로 다가구나 오피스텔 등 신규 공급이 많이 늘어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기보다는 주택 공급의 흐름을 봐가며 순차적,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수도권에 가용 택지를 많이 확보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잇단 개발계획 발표로 2기 신도시 등 여타 지역에는 미분양 등 피해가 우려된다”며 “앞으로 예상 가능한 빈집 및 교통 문제 등을 면밀히 살피며 공급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막대한 보상비가 단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하반기 수십조원 규모의 대토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에 재유입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추가 공급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시중의 유동자금이 토지 등 부동산 가격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차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부천 대장 지구의 교통대책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그러면서 “보상 방식을 현재의 대토(대체토지)와 채권, 현금보상 외에도 연금 방식으로 다양화해 시장에 자금이 풀리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신도시 정책은 집값 안정책이 아니라 투기 조장책”이라며 “택지를 판 공기업과 건설사가 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로 분양가가 내려가지 않고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공급 확대정책은 투기로 인해 집값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대신 주거 안정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30만 가구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앞서 발표한 1·2차 3기 신도시나 공공택지 개발 계획이 주민 반대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지난해 공공주택 지구로 지정된 경기 광명 하안에서는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못하고 있고, 경기 부천 괴안과 원종, 화성 어천, 군포 대야미 등지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7일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안-3차 신규택지 추진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번에 신도시 입지로 선정된 경기 고양시 창릉동(813만㎡·3만8000가구) 일대의 전경. 고양=연합뉴스

 

작년 말 3기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한 경기 과천 지구에서는 최근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 개발 관련 주민 설명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토지주 등 몇몇 주민의 반대로 연기됐다.

 

부동산 개발정보 업체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현재 정부의 택지개발 계획 중 상당수가 주민의 반발로 일정이 차질을 빚거나 지연되고 있다”며 “정부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지려면 주민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