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가정에 충실해질까?
일본 생활·경제 전문 매체 ‘리모’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일하는 방식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전 같으면 밤늦도록 켜져 있던 사무실 전등과 에어컨이 일정 시간이 되면 꺼지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일하는 방식 개혁 특설 사이트’를 개설하고 잔업 삭감 등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펼치고 있다. 목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남성이 일찍 퇴근해 육아를 도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은 모양이다. 올해 초 SMBC컨슈머 파이낸스의 ‘30대, 40대의 금전 감각에 대한 의식조사 2019’에서 “일이 끝나도 곧장 귀가하지 않고 이리저리 방황을 하면서 돌아다닌 적이 있다”고 응답한 남성은 54.1%, 여성은 43.7%로 집계됐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한 여성은 “남편이 예전보다 야근 시간은 줄었고, 퇴근할 때 ‘지금부터 귀가한다’고 연락하는 것은 좋지만 그때부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회사에서 집은 50분 거리인데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일도 있다. 귀가 시간을 고려해 온 가족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기다리는데 아이가 배고프다고 보채는 것도 고통스럽다. 나도 일하느라 피곤하니까 짜증이 난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같은 조사에서 가사·육아 부담이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고 응답한 여성은 76.0%에 달했다. 남편의 잔업 시간이 줄어도 육아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쏠려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퇴근 후 방황하는 남자들은 어디로 향할까. 이 조사에 의하면 남성들이 퇴근 후 가장 많이 찾는 곳(복수응답)은 편의점(59.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점(31.8%), 술집·바(19.4%), 가전 양판점(18.2%), 패스트푸드점(16.9%) 순이었다. 파친코, 카페·다방, PC방, 만화방 등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