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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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공익위원 8명 사퇴 의사…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하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새로운 방식으로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재편을 통해 새로운 논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재진에게 자신을 포함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8명의 사퇴 의사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는데요.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됩니다.

 

공익위원 9명 가운데 고용노동부 국장인 임승순 상임위원을 제외한 8명은 지난 3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염두에 두고 사표를 제출했는데요.

 

앞서 노동부는 2월 최저임금위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노동부는 새로운 결정체계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부터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국회의 법 개정 지연으로 실현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기존 결정체계로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류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사표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이들이 사의를 재확인한 셈입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8명 사퇴 의사 변함 없다"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위 위원 임기는 3년으로, 사표를 낸 공익위원 8명은 지난해 5월 위촉돼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습니다.

 

류 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으면 저는 개인적으로 사퇴서를 전혀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공익위원들도 그런 상황이 아니었으면 사퇴서 낼 분은 없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새로운 결정체계를 적용하느냐와는 상관없이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기로 한 이상 공익위원들이 물러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위 위원의 위촉과 해촉은 대통령이 하게 되어 있습니다. 공익위원 8명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공익위원이 집단 사퇴하는 첫 사례가 됩니다.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대립 구도 속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이 논의를 주도한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대폭의 인적 쇄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공익위원들의 교체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의 수순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지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새 판을 짜기 어려워지자 공익위원 물갈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최저임금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서 류장수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의 사퇴 표명은 매우 안타깝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공익위원들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올린 지난해 최저임금위 심의 과정을 주도, 인상을 반대하는 쪽으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는데요.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이 감소하는 등 일부 고용지표가 악화하자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공익위원들에 대한 비난도 거세졌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비난 분위기, 공익위원 심적 부담 상당했던 듯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차분한 논의가 진행되기 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난이 들끓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공익위원들은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들도 공익위원들에게 강한 반감을 표출했는데요.

 

지난 1월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일부 사용자위원은 류 위원장이 최저임금 인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한 게 공익위원의 집단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지난 1월 노동자위원뿐 아니라 공익위원들과도 어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한 것은 공익위원들에게 사실상 권한 정지 통보와 다름이 없었다"고 비판했는데요.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기조 속에서 이뤄졌는데도, 마치 기존 결정체계가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개편을 밀어붙여 공익위원들까지 개혁의 대상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